관세 차별 없는 ‘자유무역’ 기치
트럼프 관세 무기화로 한계 직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에 관세 부과 가능성을 나타내는 등 전방위 관세 무기화에 나서면서 올해 출범 30년을 맞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일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95년 1월 1일 출범한 WTO는 올해로 출범 30주년을 맞았다. 국제 무역질서를 세우기 위해 1947년 마련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를 대체하며 출범한 WTO는 다자무역체제의 근간으로 범세계적 교역 확대와 무역규범 강화, 회원국 간 무역분쟁 해결을 목표로 했다. WTO는 회원국들이 따라야 할 무역 규범을 세우고 불공정한 관세나 보조금, 무역제한 조치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세계 시장에서 상품과 서비스 교역이 꾸준히 증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다자주의 원칙에 따라 각국의 교역 중에 발생한 분쟁을 해결하는 틀을 크게 바꿨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무차별적인 관세 부과에 나서면서 WTO 체제에 따른 자유무역이 쇠퇴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세 차별을 막고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흐름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보복 관세 조치가 이어지며 다자 협상 관리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2019년 분쟁 해결 기능을 하는 상소기구가 마비되면서 WTO 체제의 권위는 빠르게 무너졌다.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미국 행정부가 상소기구 위원 선임 승인을 거부하면서 구성이 불가능했다. WTO가 접수한 무역분쟁이 하급심인 패널 절차를 거친 이후 상소심을 진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사법 공백은 정교한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WTO의 무역 규범 곳곳에 틈을 내고 있다. 농업과 비농산물, 서비스,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분야의 무역 자유화를 목표로 추진했던 다자 협상인 ‘도하개발어젠다(DDA)’도 2001년 첫 논의를 개시한 이후 여태 타결되지 못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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