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램리서치 등 중국 매출 비중 급증
미국, 한국에 수출통제 동참 압력 예상


중국산 저비용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 출시로 전 세계가 큰 충격을 받은 가운데, 미국 등 서방의 수출 통제에도 중국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의 수입은 되레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수출 통제가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중국이 반도체 ‘굴기(굴起)’를 통해 AI 등 첨단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인 무역안보관리원은 최근 발간한 ‘트레이드 앤 시큐리티’ 학술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국, 네덜란드, 일본의 반도체 수출통제 개편이 중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수급에 미친 영향’ 논문을 게재했다고 3일 밝혔다. 논문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도 현행 반도체 수출 통제 체제에서는 중국으로 고수준 장비가 수출되는 것을 온전히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그 근거로 수출 통제에도 글로벌 주요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의 대중국 매출 비중이 늘고, 중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수입액이 늘어난 것을 제시했다.

건식 식각 분야 전문업체 도쿄일렉트론(TEL)의 대중국 매출 비중은 2022년 20∼25% 수준에 머물렀으나 2023년 30∼40%로 상승한 뒤 지난해에는 45% 이상으로 급증했다. 극자외선을 이용해 회로를 새기는 독보적인 노광 기술을 보유한 네덜란드 ASML의 대중국 매출 비중 역시 2022년 1분기 35%에 육박하다가 4분기 10% 수준으로 떨어지며 수출 통제의 영향을 받는 듯했으나 2023년 40% 중반으로 수직 상승한 뒤 2024년에는 50%에 육박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KLA의 경우 2022년 수출 통제를 거치면서도 대중국 매출 비중이 20∼30% 초반에서 40%대로 올랐고, 식각 장비 전문기업 램리서치의 대중국 매출 비중 역시 30%대에서 수출통제 직후 20%대로 단기적으로 하락했으나 이후 40%대로 급상승했다.

논문은 아울러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경계수위를 꾸준히 높여갈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국 역시 수출 통제 동참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혁중 부연구위원은 “수출 통제가 한국의 기업이 네덜란드나 일본의 기업에 비해 불합리한 장벽으로 다가와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지웅 기자 topsp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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