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Window - 신기술이 부른 범죄조직 대형화
계좌추적 어려운 가상화폐 등장
사법당국 눈 피하며 주머니 불려
합성마약 전세계 어디서든 생산
美 펜타닐사망 10년새 2000%↑
범죄조직 크는데 수사력 뒤처져
인터폴 예산, 뉴욕 경찰국의 2%
기술 발전과 합성 마약의 등장으로 범죄조직이 대형화·국제화하고 있다. 합성 마약 판매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텔레그램 등 암호화된 메신저와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 유통으로 제도권 내 수사망을 회피하면서 세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반면 범죄 조직을 수사하는 국제기구의 규모와 예산은 턱없이 부족해 자칫 강력범죄가 전 세계에서 활개 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경 넘어 대형화하는 갱단과 카르텔 = 3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범죄조직의 급성장과 국제화의 배경으로 ‘기술 발전’을 꼽았다. 특히 이 중에서도 통신·결제기술의 발전이 범죄조직의 성장을 도왔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 상승과 함께 텔레그램 등 암호화 메신저 앱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여러 나라에 분산돼 있는 조직원들 간의 연락이 쉬워진 것이다. 동시에 수사 당국의 추적도 어렵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범죄조직의 국제화를 불러온 또 다른 요인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등장이다. 전통적 화폐가 사용되던 과거에는 범죄조직이 마약이나 인신매매에 사용되는 ‘검은돈’을 국외로 송금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수사기관이 금융기관과 협조해 범죄조직의 계좌를 들여다보고, 자금의 출처 및 흐름 등을 파악해 범죄 연루자들의 신상과 신병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상화폐의 등장으로 범죄 조직들은 수사기관의 감시를 피해 마약을 판매하거나 대규모 자금을 국경 너머로 이동시킬 수 있게 됐다.
이코노미스트는 펜타닐 등 합성 마약의 등장도 범죄조직의 국제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합성 마약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마약과 달리 식물 재배에 의존하지 않고 실험실 안에서 화학 합성을 통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코카인 등 기존에 유통되던 마약의 경우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 등 남미의 특정 국가에서 자라는 코카나무 재배에 의존했기 때문에 이곳에서 생산된 마약을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지로 유통하는 데 많은 비용과 위험이 따랐다. 반면 펜타닐 등 합성 마약의 경우 전 세계 어디서든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유통하는 범죄 조직이 과거 감당했던 비용과 위험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합성 마약의 공급 증가로 이어졌고, 공급 증가는 가격 감소로, 가격 감소는 재차 수요 증가라는 결과를 낳으며 범죄 조직의 주머니를 불리고 있다.
◇마약 투약 및 강력범죄 증가로 악순환 = 범죄조직이 급성장하고 국제화하면서 마약 사용 등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범죄 역시 증가하고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마약을 사용하는 인구수는 총 2억92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보다 20% 증가한 수치다. 마약 사용률의 경우 2022년 대마초가 4.41%로 가장 높았으며 아편과 펜타닐 등 각종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의 사용률은 1.15%였다. 필로폰 등 암페타민 계열의 마약류는 0.58%, 코카인은 0.45%, 엑스터시는 0.39%의 사용률을 보였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는 특히 펜타닐 등 합성 마약의 사용과 중독이 크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내 펜타닐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지난 2013년 10만 명당 1명에 불과했으나 2022년 22.7명으로 이 기간 2000% 이상 증가했다.
살인 등 범죄조직에 의한 강력범죄도 늘어나는 추세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갱단 활동이 활발한 지역은 멕시코와 콜롬비아, 온두라스 등이며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중남미에서 지난 2021년 10만 명당 살인 피해자 수가 각각 29명, 27명, 3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해 중남미 전체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중 갱단 등 범죄조직과 관련된 사건은 5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 수사능력은 뒷걸음 = 범죄조직의 성장세와 달리 이들을 제지할 수 있는 국제 수사기관의 규모나 예산은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국제 범죄조직을 수사하는 인터폴의 지난해 예산은 1억64만 유로(약 1520억 원)였다. 같은 해 미국 뉴욕시 경찰국(NYPD)의 예산이었던 약 54억4000만 달러(약 7조9331억 원)의 약 2%에 불과한 수치다. 인력 면에서도 인터폴의 규모가 각종 국제 범죄조직을 효과적으로 수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기준 인터폴 직원의 수는 2000명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NYPD의 인력이 5만 명에 달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적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국제 범죄조직에 대한 효과적 수사와 감시를 위해 인터폴 등 국제 수사기관에 대한 각국 지원을 늘려 인력과 예산을 충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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