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무명 황가람이 리메이크
오직 대중의 힘으로 차트 석권
‘MZ세대의 개똥벌레’로 불려


‘수험생 금지곡’ 혹은 ‘수능 금지곡’이 있다. 반복적인 멜로디가 귓전을 떠나지 않아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 기피해야 할 노래다.

드물지만 ‘수험생 위로곡’도 있다. 지난해 10월 가수 황가람(사진)이 리메이크한 ‘나는 반딧불’이다. 스스로 하늘의 별인 줄 알았지만 결국 벌레라는 것을 깨닫는 개똥벌레의 마음을 표현한 이 노래는 ‘MZ세대의 개똥벌레’라 불린다.

가수 신형원이 1987년 발표한 ‘개똥벌레’는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 말아라/ 나를 위해 한 번만 손을 잡아 주렴”이라는 가사로 1990∼2000년대를 관통하며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경험한 세대들을 위로했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반딧불’은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라는 가사로 실의에 빠진 MZ세대의 심금을 울린다.

‘나는 반딧불’은 역주행곡이다. 지난 2020년 4월 인디밴드 중식이가 먼저 불렀고, 약 4년이 지난 지난해 10월 황가람이 리메이크했다. 그가 거친 목소리로 담담하게 부르는 ‘나는 반딧불’의 뮤직비디오는 별다른 홍보 활동이 없었음에도 425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황가람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걷는 영상만 반복되는 이 뮤직비디오에는 17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건설 현장에서 종이박스 깔아놓고 누워 듣다가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어버렸다” “나는 벌레만도 못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엄마에게 나는 빛나는 별이었다” “별이든, 개똥벌레든 상관없다. 노력하고 버티고 살아가기에 우리는 빛이 난다” 등의 댓글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국민 위로송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나는 반딧불’은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 핫트랙 검색 인기곡, 발라드 부문 1위에 올랐고, 써클차트에서는 V컬러링, 배경음악(BGM), 통화연결음 차트에서 정상을 석권했다. 아울러 미국 빌보드 ‘사우스 코리아 송스’ 차트에서 19위에 오르는 등 팬덤이 아닌 대중의 힘으로 각종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나는 반딧불’은 14년간 무명 가수 생활을 한 황가람의 사연과도 맞물려 더 각광받는 모양새다. “음악이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경남 마산에서 아무런 연고 없이 무작정 상경한 그는 현재도 생계를 위해 반찬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무작정 홍대에 가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겠지 하고 올라왔다”면서 “추운 겨울부터 150일 이상 노숙 생활을 하며 살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또한 “한참 동안 찾았던 내 손톱 하늘로 올라가 초승달 돼 버렸지/ 우주에서 무주로 날아온 밤하늘의 별들이 반딧불이 돼 버렸지”라는 시적인 가사들은 ‘가사 실종의 시대’에 경종을 울리며 MZ세대에게 곡의 의미를 곱씹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강태규 음악평론가는 “‘나는 반딧불’을 들으며 ‘내 얘기 같다’고 말하는 젊은 세대가 많다.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대중가요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셈”이라며 “‘나는 반딧불’이 리메이크곡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대규모 마케팅 없이는 창작곡이 빛을 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오랜 기간 불리며 대중에게 익숙해진 멜로디를 가진 노래가 역주행하는 것이 음악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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