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일 개봉 ‘9월 5일: 위험한 특종’
무장단체가 벌인 ‘11명 인질극’
1972년 뮌헨올림픽 참사 다뤄
테러 현장 파고들지 않는 대신
취재진 ‘저널리즘 딜레마’ 조명
누구나 생중계할 수 있는 시대
‘참사 일어난다면…’ 질문 던져
한 발의 총성으로 사건이 시작되는 영화는 숱하게 봤다. 다만, 끝까지 그 총격 현장에 접근하지 않는 영화는 어떤가. 십수 명이 몰살된 실화를 다룬 영화인데도 말이다.
하계올림픽이 한창이던 1972년 9월 5일 서독(현 독일) 뮌헨.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검은 9월단’이 올림픽 선수촌 담장을 넘어 이스라엘인 선수 5명·심판 2명·스태프 4명 등 11명을 붙들고 인질극을 벌였다. 이스라엘에 투옥돼 있던 팔레스타인인 234명의 석방을 목적으로 한 테러였다. 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는 ‘뮌헨 올림픽 참사’다.
5일 한국에서 개봉하는 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이 사건을 다룬다. 뮌헨 현지에 나간 미국 방송사 ABC 스포츠팀의 조정실과 사무실 등에서 건조한 표정으로 일하는 이들이 주인공. 영화가 시작된 지 10여 분 만에 ‘총성 비슷한 소리’가 들린다. ABC팀의 공간은 총성이 난 선수촌 아파트 단지로부터 불과 100m 남짓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카메라는 ABC 취재진, 즉 등장 인물들에 바싹 붙어 그 표정만 비춘다. 이들은 설마 아닐 거라는 얼굴로 여기저기 전화를 건다. 그 현장에 타사 취재진이 몰려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X발!” 상욕을 도움닫기 삼아 튀어나가는 기자. 카메라는 그 기자조차 쫓아가지 않는다. 특히 언론계 종사자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그 ‘무조건 반사’까지만 보여주고, 이곳을 벗어나지 않는다.

뮌헨 참사는 ‘취재물’로서만 다뤄진다. 제프(존 마가로), 룬(피터 사스가드), 마빈(벤 채플린) 등이 참사 현장에 나가 있는 카메라들을 제어하며 생중계에 몰두하는 모습들로 채워져 있다. “이거 다음에는? 뭐가 있어야 내보낼 거 아니냐”며 추가 취재를 독려한다. 취재 경쟁에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위기감 스트레스에는 몸이 먼저 반응한다. 취재 윤리, 공정 보도 등은 머리로 하는 고민이기 때문에 정신 차릴 시간이 필요하다. 몸으로 하는 취재가 먼저다. 테러범이 인질을 사살한다면 생중계를 멈출 건가, 아니면 그 장면을 세계 만인의 뇌리에 새길 건가. 9억 명이 시청할 방송 시작을 5분 앞두고서야, 소위 ‘저널리즘 딜레마’ 연출이 나온다.
이 지점에서 20년 전 영화 ‘뮌헨’(스티븐 스필버그 제작·감독)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된다. 스필버그 감독은 인질 11명 전원, 테러범 8명 중 5명이 몰살됐던 그날의 현장을 적나라한 연출로 보여줬다. ‘검은 9월단’에 대한 보복 테러를 거듭한 이스라엘 암살요원의 피폐한 내면을 통해 뮌헨 참사를 다룬 스필버그 감독만의 시각도 담았다. 보다 앞서 이 사건 맥락을 파고들어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1999년 작 ‘9월 어느 날’(케빈 맥도널드 감독)과도 물론 다르다.

팀 펠바움 감독의 이 영화는 뮌헨 참사를 다루되, 다루지 않는다. ‘뮌헨’, ‘9월 어느 날’과 달리 이 참사를 파고들지도 않는다. 참사에 대한 영화의 식견을 드러내지도 않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어느 쪽 잘못인지 논쟁도 피한다. ABC 스포츠팀은 우연히 선수촌 가까이 사무실을 차려둔 행운(?)으로, 역사상 최초로 테러를 생중계한 기록을 남겼다. 이 영화는 테러가 아니라 생중계 그 자체에 집중한다.
그래서 그 참사에 대한 기억이 거의 사라진,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도 시들한 현시대 관객에게도 권할 만한 영화가 된다. 이제 생중계는 스마트폰을 가진 누구나 어디서든 전 세계인에게 할 수 있다. 있어선 안 될 참사가 일어난다면, 그 현장은 어느 유튜버의 채널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생중계된다. ABC 스포츠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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