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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문10답 - 비급여관리·실손보험 개편안

중증위주 보장 5세대 상품 윤곽
재정 누수 막고 ‘과잉진료’ 차단
경증 자기부담률도 50%로 확대

도수치료·체외충격파 보장 제외
제왕절개는 보장 항목 추가될듯
비급여항목 명칭·가격도 표준화

경증비급여 특약 30% 저렴할듯
의료계 “환자 선택권 제한”반대
소비자도 의료비부담 가중 우려


정부와 금융당국이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안의 윤곽을 공개했다. 남용이 심한 비급여 치료 일부를 관리급여로 편입해 본인부담률을 높이고, 중증 위주로만 보장하는 5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내놓은 것이 핵심이다. 이번 개선안은 소수의 실손 이용자가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를 남용해 보험금 누수가 심각해진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의료계와 소비자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 가중을 우려하고 있다.

1. 비급여·실손 개혁, 왜 필요한가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보장하면서 의료 보장의 빈틈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 사보험이지만 건강보험을 보조하며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본래 취지와 다르게 재정 누수와 과잉 진료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는 정부의 가격 통제를 받지 않고, 실손보험이 비급여 진료비를 전액 혹은 대부분을 보장해주면서 환자의 부담률이 낮다 보니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가 늘어난 것이다.

실손보험의 혜택은 소수에 집중되지만, 부담은 가입자 전체가 지는 구조도 문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대형 4개 보험사 기준 실손 보험금 수령자 상위 9%는 지급보험금의 약 80%를 수령하고 있다. 반면 가입자의 65%는 지급보험금이 0원으로 집계됐다. 의료계의 필수의료 약화 문제도 연결된다. 피부과나 안과처럼 비급여 진료를 주로 제공하는 과에 몰리고, 상대적으로 진료 수가가 낮은 소아과나 산부인과에서는 의사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정부는 필수의료 강화 등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해서 실손보험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 관리급여 등 비급여 관리 강화는 어떻게

정부는 비급여 진료 남용을 막기 위해 ‘관리급여’를 신설하고 비급여 진료 재평가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이 부족한 항목은 퇴출할 방침이다. 정부가 지난 1월 9일 공개한 비급여 진료 개편안에 따르면 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 진료 항목은 관리 급여로 전환된다. 구체적인 항목은 확정되진 않았다. 우선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등 비급여 진료비 상위 항목들이 관리급여에 포함되는 방안이 거론된다. 미용·성형 목적으로 비급여 진료를 받으면서 급여진료도 함께 받는 병행진료(혼합진료)도 손볼 예정이다. 비급여 진료를 하면서 실손보험 청구를 위한 급여 진료를 함께하면 급여 진료 부분도 환자가 모두 부담하게 된다. 다만 환자가 급여 제한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의학적 필요가 있다면 급여를 인정해주는 별도 기준을 마련한다. 비급여 진료 재평가를 통해 사용 목적과 대상 등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재평가 후 안전성과 유효성이 부족한 항목은 퇴출할 계획이다.

3. 비급여 표준화, 이용 시 환자 동의 의무화란

그동안 의사 재량권에 따라 값이 매겨져 ‘천차만별’인 비급여 진료는 표준가격이 생긴다. 의료기관마다 제각각 불리는 비급여 항목의 명칭도 표준화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면 일부 병·의원에서 ‘신데렐라 주사’로 불리는 비급여 주사제를 주성분 기준으로 ‘티옥트산 주사’로 표기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의료법을 개정해 비급여 진료 시 항목, 가격, 사유, 대체 항목 등을 설명하고 환자 동의서를 의무적으로 받아 환자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기존엔 가격공개 항목 623개에 한해 의료기관이 비급여 항목·가격을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 개편안은 모든 비급여 진료를 대상으로 설명 및 환자 동의서를 의무화한다. 비급여 항목 가격뿐 아니라 총진료비, 종별 의료기관 및 지역별 가격 차이, 안전성·유효성 평가 결과, 대체할 수 있는 급여 항목 등 의료정보도 상세하게 공개해야 한다.

4. 실손보험 개편 어떻게? 5세대 특징은

5세대 실손보험은 현행(4세대) 실손보험을 중증·경증 질환자로 구분해 보험 가입자의 자기부담률을 대폭 높였다. 특히, 중증 환자의 비급여 치료는 기존과 동일하게 보장하되 경증 질환자의 비급여 보장에 대한 변동이 클 전망이다. 경증 비급여 보장 한도는 현행 5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줄어들고, 자기부담률도 30%에서 50%로 확대된다. 통원치료는 회당 최대 20만 원에서 1일 20만 원으로 보장 한도가 축소된다. 입원 치료도 회당 300만 원의 한도가 생긴다. 경증 비급여를 보장하는 상품은 정부의 비급여 관리 상황을 평가한 뒤 내년 6월쯤 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5세대 실손보험에서는 그간 보장대상이 아니었던 임신·출산도 신규 보장항목에 추가될 수 있다. 제왕절개, 유착방지제 등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이 높은 치료도 앞으로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5. 비급여·실손 개편안 시행되면 자기부담금 얼마나 오를까

예를 들어 현재 비급여인 도수치료를 받고 10만 원을 내야 하는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진료비 전액을 본인이 일단 부담한 뒤 실손보험을 통해 진료비를 사후적으로 보전받는다. 4세대 실손 가입자는 비급여 진료의 자기부담률이 30%로 정해져 있어 3만 원은 본인이 내고 7만 원을 보험금으로 충당한다. 2·3세대 실손은 자기부담률이 20∼30%라 2만∼3만 원을 내면 되고, 1세대 실손은 손해보험사 상품이면 자기부담금이 없어 약간의 통원비를 제외한 거의 전액을 실손으로 보장받는다. 하지만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지정되고 5세대 실손이 도입되면 비용구조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도수치료 금액 일부를 건강보험에서 보전받음에도 불구하고 본인 부담금이 현저하게 높아진다. 관리급여 진료비 부담률을 건보 10%·본인 90%로 가정하면 1만 원은 건강보험공단이, 9만 원은 본인이 내게 된다. 실손보험을 청구해도 9만 원 중에서 8만1000원(90%)은 본인이 내고 실손은 9000원(10%)만 보장한다. 5세대 실손은 급여 진료비의 자기부담률을 건보 본인부담률과 동일하게 적용하기 때문이다. 건보부담률 5%·본인부담률 95%가 되면 건강보험이 5000원, 본인이 9만250원, 실손보험이 4750원을 부담하는 구조가 된다.

6. 비급여 진료 통제 ‘풍선효과’ 없을까. 의료계 반응은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비급여 진료는 급증했지만 관리 사각지대에 처해있는 만큼 의료계에선 “눈만 뜨면 새로운 비급여 항목이 우후죽순 늘어나 있다”고 말할 정도다. 보험사들이 ‘백내장 다초점렌즈 삽입술’ 등을 대상으로 비급여 보험금 지급을 깐깐히 하면 ‘줄기세포 무릎주사’ 등 다른 비급여 항목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는 정부가 비급여 진료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전체 비급여 보고 체계를 실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방안처럼 일부 항목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항목에 대한 가격과 진료량을 관리해야 풍선효과가 근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비급여 의료행위는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받은 것”이라면서 비급여 진료 개편안을 반대하고 있다. 실손보험 보장 대상이 되는 비급여 진료를 제한하는 것은 환자의 의료선택권을 제한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7. 다른 나라는 비급여 진료 어떻게 관리하나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비급여와 급여 진료를 함께 시행하는 병행진료(혼합진료) 개념 자체가 아예 없다. 독일과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는 비급여 진료 항목을 결정하거나 가격범위를 결정하면서 비급여 진료 시장을 통제·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병행진료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민간 의료보험은 주로 건강보험 진료 때 발생하는 본인부담금을 보장해준다. 급여·비급여 혼합진료가 금지돼 보험을 악용할 여지가 적다. 대만도 유사하다. 건보와 별개로 민간 의료보험이 있지만, 한국의 실손보험처럼 포괄적으로 보장해주지 않는다. 독일에서는 사전 승인에 의해 비급여 진료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환자의 비급여 진료 동의 절차 등이 의무화돼 있다. 미국은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 후 서명을 받아야 비급여 진료비 청구가 가능하다. 프랑스는 비급여 진료 시 같은 보험급여 항목이 있음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환자가 선택하도록 한다. 영국과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등은 미용성형과 피부미용 등 미용의료도 비급여 관리 대상 항목에 포함해놓았다.

8. 실손 개혁 ‘형평성’ 논란, 해결 방안 있나. ‘강제 전환’ 가능성은

5세대 실손보험 개혁안은 시간을 두고 기존의 실손 가입자에게도 적용된다. 2013년 1월 이후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면 재가입 주기가 도래할 경우 현재 판매 중인 상품으로 재가입되기 때문이다. 2세대 실손 일부와 3세대 실손의 재가입 주기는 15년이고, 4세대 실손은 5년이다. 가령 2021년 7월 4세대 실손이 출시되자마자 가입한 사람의 경우, 2026년 7월부터 5세대 실손으로 갈아타게 된다. 하지만 1세대 및 2세대 초기 실손 가입자는 만기까지 기존 상품을 유지할 수 있다. 약관상 ‘재가입 주기’가 없어서다. 이들 가입 건수는 총 1582만 건으로, 전체 실손 가입자의 44%를 차지한다. 실손 개혁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가입자가 절반 가까이 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다. 정부는 ‘계약 재매입’을 통해 5세대 전환을 유도할 예정이다. 소비자가 원할 경우 보험사가 금융당국 권고 기준에 따라 일정한 금액을 보상한 뒤 기존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필요시 법 개정을 통해 초기 실손 가입자에게 약관 변경을 적용하는 ‘강제 전환’도 검토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다만 사적 계약인 만큼 계약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9. ‘1·2세대’ 유지가 무조건 좋나

의료 이용은 많지 않은데 높아진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1·2세대 실손 가입자라면 5세대 갈아타기를 고려해볼 만하다. 5세대 실손은 중증 비급여 특약만 가입하면 4세대 실손보다 보험료가 50%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증 비급여를 보장하는 특약이 내년 이후 출시돼 가입하더라도 4세대보다 30%가량 보험료가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월 보험료가 1만 원 이하인 상품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새로운 상품으로 전환할지, 기존 상품을 유지할지 고민된다면 ‘실손의료보험 계약전환 간편계산기’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재 1·2·3세대 가입자가 4세대로 전환할 경우 본인 부담액을 비교할 수 있도록 계산해주고 있다.

10. 보험사 이익 대변 논란은

금융당국은 이번 개혁안으로 보험사의 부담이 줄어드는 측면보다는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손보험으로 지급되는 보험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손해율이 치솟고, 고객의 보험료가 덩달아 오르고 있어서다. 실손보험은 최근 10년 동안 2018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인상됐다. 손해율은 고객이 낸 보험료에서 지급된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데,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118.5%를 기록했다. 보험사 입장에서 실손보험을 통한 보험료 수입보다 나간 보험금이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적자를 만회할 만큼 보험료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올해 실손보험 인상률은 평균 7.5% 수준이다.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릴 만큼 가입자가 많다 보니 보험료 인상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과도한 보험료 인상으로 보험계약 해지자가 늘어나는 등 지속가능성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보험사 이익을 고려했다면 보험료를 올릴 수 있도록 해줬을 것”이라면서 “그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손보험이 광범위한 보장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서 정말로 아플 때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상품을 바꿔야 한다는 게 이번 개혁안의 취지라는 지적이다.

김지현·권도경·유민우·박정경·신병남 기자
김지현
권도경
박정경
신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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