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깜빡이 켜고 급우회전 행태 극단 오가는 포퓰리즘 더 위험 국민 호도 책임 인정이 시금석
정치권이 설 민심을 아전인수로 오독하는 것은 여전하다. 보고 싶은 부분만 보고, 듣고 싶은 부분만 들으려는 확증편향성의 오독은 더 심각하다. 국민의힘도 문제지만, 더불어민주당도 만만찮다.
1월 30일 기자간담회를 연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의 개인 지지가 큰 폭의 1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이재명으로 정권교체’의 큰 흐름”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및 파면 찬성과 민주당 지지, 즉 정권교체론이 우세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을 향한 성난 민심은 외면한 채 보수 우파 지지자들과 국민의힘에 대해 훈수나 늘어놨다”면서 “지난 대선에서 47%의 지지율을 얻은 이 대표는 지금 30% 박스권에 갇힌 지 한참”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2017년 탄핵 정국 때와는 달리 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가 급속히 좁혀졌는지에 대해선 성찰이 부족하다. 특히 이 대표의 지지율이 1위이지만, 위협 요소가 되는 비호감도도 1위라는 사실을 숨기는 것은 편파적이다.
지난해 6월 18∼20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이 대표에 대해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58%)이 ‘호감이 간다’는 응답(33%)보다 크게 높았다. 이어 12월 10∼12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51%)이 ‘신뢰한다’는 응답(41%)보다 높았다. 그리고 YTN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1월 22∼23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 이 대표는 31%로 지지율 1위에도 불구하고 비호감도 역시 47%로 압도적 1위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비호감도는 자칫 ‘반명(反明) 연대’로 이어져 대권 도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양자 구도가 될 경우 50% 이상을 가져오는 후보가 이기는데, 비호감이 큰 후보는 이기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 대표가 경쟁해야 할 적수는 ‘비호감’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비호감을 줄이기보다 다소 엉뚱한 해법을 찾고 있다. 그는 갑자기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흑묘백묘론을 인용해 실용주의와 ‘친기업적 성장정책’을 주장한다. 또,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 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고 한다. 이런 해법은 ‘이재명 포비아’를 강화할 뿐이다.
그의 행태는 좌측 깜빡이를 켜고 급우회전하는 난폭 운전사를 닮았다. 그동안 좌파 포퓰리즘 정책인 ‘기본소득 시리즈’를 주장하더니 갑자기 우클릭으로 돌변해 기업의 성장정책을 내세운다. 이 모습은 이상하고 불안하고 무섭다. ‘기본소득이 성장정책’이라더니 이를 뒤집고 기업 성장을 말하는 이 대표를 보면, 일관성도 없이 말 바꾸기 하는 사람을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 국민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의 정체성’은 기본소득뿐이었는데, 이걸 버리면 그의 철학은 무엇이 남는 걸까?
기본소득이 성장정책으로 부적절했다면, 그동안 기본소득으로 국민을 기만해온 점을 사과하고, 기본사회를 실현하겠다는 민주당의 정강정책부터 바꾸는 게 우선이다. 정직한 지도자라면 자신의 말을 뒤집을 때는 과거에 왜 그렇게 주장했는지, 왜 지금은 아닌지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구하고 반성부터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그런 절차가 없다는 점이 무섭다.
그런 우클릭은 어떻게든 대권만 잡아보겠다는 조급함과 초조함의 반영일 뿐이다. 한마디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고 기회주의이며, 표 계산만 하면서 말을 바꾸는 ‘표(票)퓰리즘’에 가깝다. 국정 운영에 대한 중심적인 철학도 없이 좌우 극단을 오가며, ‘그때그때 달라요’와 같이 시류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으로 무장한 포퓰리스트에게 대한민국의 국가 경영과 미래를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국민은 조만간 이 대표로부터 “내가 기본소득을 뒤집고 실용주의를 한다고 하니 진짜인 줄 알더라”라는 말을 들을까 봐 걱정한다. 과연 이런 불안한 운전사에게 민주공화국이라는 버스와 거기에 탄 국민의 자유·생명·재산을 맡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