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정보세계정치학회장

중국발 ‘딥시크 쇼크’가 나라 안팎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딥시크의 인공지능(AI) 모델 ‘R1’이, 오픈AI ‘o1’ 모델의 18분의 1밖에 안 되는 적은 개발비로 그 성능을 따라잡았다고 한다. 미국이 AI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낮은 사양의 AI 칩을 사용해 거둔 성과라 더 큰 화제다. 강화학습 중심의 모델 개발이나 ‘전문가혼합’ 기법, 오픈소스 방식 등을 채택해서 비용을 절감한 것도 눈에 띈다. 딥시크 개발의 주역들이 중국 ‘국내파’ 인재들이고, 이런 수준의 AI 기업이 중국에 훨씬 더 많이 있다는 사실도 ‘쇼크’다. 중국 정부가 ‘제조 2025’를 내걸고 전폭 지원한 정책도 재조명되고 있다.

미국 업계는 ‘제2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라며 놀라워 하고 있다. 증시가 출렁였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딥시크 발표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유명 인사들도 있고, 오픈AI는 자사 데이터를 무단 사용한 의혹을 제기하며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조사에 나섰다. 딥시크가 중국 정부의 검열을 받는 정황을 들춰내고, 딥시크의 지나치게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과 개인정보 보호의 취약성뿐 아니라 중국 정부로의 유출 가능성도 경계 대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최근 불붙기 시작한 미·중 AI 패권 경쟁이 더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딥시크 쇼크는 한국에도 경각심과 기대감을 동시에 안겨줬다. AI 경쟁에서 크게 뒤처졌다는 경각심은 신속하고 과감한 기술 투자와 인재 확보 및 이를 위한 정책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실, 미·중이 크게 앞서고 나머지 국가들이 옹기종기 따라가는 상황에서,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을 위한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는 아니라도, AI 인프라·인재에 대한 효과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이 ‘AI 분야 G3’로 도약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견해다. 다만, 정부와 국회가 지원은커녕 섣부른 AI 규제책만 내놓고 있어 답답할 뿐이다.

딥시크가 보여준 ‘가성비 행보’는 미국 같은 대규모 투자가 아니어도 국내 AI 개발 경험과 기술을 정부가 효율적으로 지원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한다.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해도 ‘규모의 게임’이 벌어지는 AI 분야에서 글로벌 빅테크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의 산업 구조와 기술력을 살려서 한국 고유의 AI 개발 모델을 모색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런 맥락에서 주력 분야에 특화된 소형언어모델(SLM) 개발이 주목받고 있으며, 온디바이스 AI나 저전력 AI 반도체 등도 거론된다. 이 밖에 소수 언어에 특화한 ‘소버린 AI’ 모델도 자주 언급된다.

이러한 한국형 모델을 장차 미·중 어느 쪽의 AI 플랫폼 위에서 구동시킬 것인지도 큰 고민거리다. 만약 중국 AI 기업들이 ‘오픈소스 모델’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확장하더라도 우리가 그 플랫폼에 참여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아직 중국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부족할 뿐 아니라, 미국의 견제도 만만찮을 것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지정학’이 거론되는 시대에 이러한 선택은 단순한 AI 플랫폼이 아니라, 외교·안보 플랫폼을 고르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딥시크 쇼크를 계기로 한국의 ‘AI 국가책략’을 좀 더 본격적으로 고민하기를 바란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정보세계정치학회장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정보세계정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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