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hat - 美 영부인들의 취임식 패션
멜라니아 트럼프
“진중·시크” “우울”평가 엇갈려
질 바이든
코로나 시국 안전·자신감 강조
미셸 오바마
소수 인종 출신 디자이너 선택
재클린 케네디
현대적·진보적인 여성성 부각
낸시 레이건
1980년대 미국의 호황기 반영
로라 부시
부드러운 보수·민주주의 강조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트럼프의 취임사만큼이나 주목받았던 게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패션이다. 넓은 챙의 모자에 짙은 남색 모직 코트를 입고 등장한 멜라니아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겼고, 트럼프 대통령이 입맞춤을 시도하다 모자에 막혀 실패하는 장면은 SNS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부인의 패션은 그 자체로 메시지이자 정치다. 세계의 주목을 받는 취임식에서 어떤 브랜드, 어떤 색깔, 어떤 디자이너,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는지에 따라 수천 마디의 말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1기 때와 확 달라진 멜라니아의 패션 = 패션모델이었던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2기 취임식에서 짙은 감색 더블 버튼 코트와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같은 색의 스커트를 입고 트레이드마크인 높은 하이힐을 매치해 등장했다. 특히 눈을 가릴 정도로 챙이 넓은 보터(밀짚모자) 형태의 검은 모자는 눈길을 끌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짙은 색으로 통일한 이날 모습은 밝은 푸른색 스커트 정장 차림으로 모자 없이 환한 미소를 드러냈던 2017년 1기 취임식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이를 두고 “진중하면서도 시크하다”와 “우울해 보인다”는 상반된 평가가 동시에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집권기 멜라니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패션”이라고 썼고, CNN은 어두운 톤의 의상을 두고 “우울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며 “(남편의) 두 번째 임기에 대한 열정은 거의 보이지 않는 듯했다”고 평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멜라니아가 미국식 패션 갑옷을 입고 워싱턴DC로 돌아왔다”며 “마치 마피아 남편을 잃은 부인 같은 인상을 풍겼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멜라니아가 정치권에 어쩔 수 없이 발을 들인 뒤 보인 ‘방어적’ 태도가 의상에 상징적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멜라니아 이전에 취임식에서 모자를 쓴 마지막 영부인은 1985년 낸시 레이건 여사로, 40년 만에 다시 모자를 쓴 영부인이 등장한 셈이다. 멜라니아가 이날 입은 옷은 뉴욕 등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뜨는’ 디자이너 애덤 리페스가 디자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패션지 보그는 “리페스를 선택한 건 멜라니아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패션계에 계속 관여할 것을 시사한다”며 “독립적인 신예 미국 기업을 띄울 수 있는 영부인의 힘을 재확인했다”고 짚었다.
◇패션에 메시지 담은 질 바이든과 미셸 오바마 =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의 취임식 패션도 화제였다. 이들은 취임식 패션에 가볍지 않은 정치적 메시지도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던 4년 전 취임식에서 질 바이든 여사는 마스크부터 구두까지 옅은 푸른색 계열 일색의 패션을 선보였다. 이 옷을 디자인한 업체 측은 “블루컬러는 신뢰, 자신감, 안전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바이든 여사는 취임식 이후 하얀색 코트와 드레스로 바꿔 입었는데 해당 의상들에는 미국의 50개 주와 지역의 연방 꽃을 상징하는 자수가 새겨져 통합의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역대 영부인 중 최고의 패셔니스타로 꼽히는 미셸 오바마 여사는 2009년 취임식 때 전체가 반짝이는 노란색 드레스와 코트를 입고 취임식 무대에 섰다. 같은 반짝이는 흰색 꽃무늬가 들어간 드레스 위에 같은 색 코트를 입어 밝고 화사한 느낌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열린 취임 축하 무도회에서는 흰색 시폰 드레스를 입었다. 4년 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선 취임식 때는 반대로 차분한 네이비색 코트를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반면 무도회에서는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옷으로 정치를 한다”는 평을 받는 미셸 여사는 ‘제이슨 우’라는 소수 인종 출신 디자이너의 옷을 입음으로써 ‘인종과 출신은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동성 결혼에 대한 논쟁이 일었을 당시엔 유명한 동성애자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남편 옆에 서기도 했다. ‘동성 결혼 찬성’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대중 눈길 사로잡은 재클린 케네디와 낸시 레이건 =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인 로라 부시 여사는 지난 2001년 1월 제43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 퍼레이드에서 재클린 스타일의 푸른색 계열의 코트를 입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날 열린 취임식 기념 무도회에선 실크 조젯 위에 크리스털 자수가 새겨진 샹티 레이스의 루비 레드 드레스를 입었다. 재선에 성공한 2005년 취임식에서는 화이트 캐시미어 코트와 드레스를 입어 부드러운 보수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퍼스트레이디 패션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재클린 여사는 1961년 남편의 취임식 무도회에 자신이 디자인에 참여한 민소매 흰색 드레스에 필박스 스타일의 모자를 쓰고 입고 등장했는데, 우아하고 현대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유행을 일으켰다. 현대적이고 진보적인 케네디 정부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부각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배우 출신의 낸시 레이건은 1981년 취임식장에 강렬한 빨간색 모직 코트를 입고 등장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낸시의 화려한 패션은 1980년대 레이건 시절의 호황기를 보여줬다.
◇대통령도 패션 정치 = 영부인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대통령의 취임식 패션도 메시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평소 즐겨 착용하던 빨간색 넥타이가 아닌 파랑 바탕에 빨간색 점무늬가 찍혀 자주색으로 보이는 넥타이 차림을 선보였다. 흔히 자주색 혹은 보라색은 공화당(빨간색)과 민주당(파란색)의 상징색이 섞인 통합을 강조하는 색이다. 1기 취임식 때 트럼프 대통령은 빨간 넥타이를 착용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4년 전 취임식 때 역대 대통령들이 주로 입어온 브룩스브라더스 브랜드 대신 랄프로렌의 푸른색 정장을 입었다. 더글러스 엠호프 전 세컨드 젠틀맨 역시 랄프로렌의 정장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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