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미국의 SM-3 블록 2A 요격미사일.미 해군 제공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미국의 SM-3 블록 2A 요격미사일.미 해군 제공

국방연구원, SM-3 소요 제기 조건부 타당 결론
1발당 300억원 비싸 도입 물량·전력화 시기 조정될 듯
미국, 지난 2일 일본에 ‘바다의 패트리엇’ SM-6 150발 판매 승인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이어 ‘김군옥 영웅함’ 신형 잠수함의 수직발사관에서 발사할 전략순항미사일인 ‘북한판 토마호크’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개발을 서두르면서 한국과 일본에서 이를 이지스구축함에서 요격할 함대공 스탠더드 미사일(SM)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지스구축함에서 발사돼 적의 탄도미사일을 고도 90∼500㎞의 중간 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인 ‘SM-3’ 도입 사업에 대한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타당성 조사 결과가 ‘조건부 타당’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미국 방산업체 RTX(옛 레이시온)가 생산하는 세계 최고 함대공 미사일 SM 계열 함대공 미사일 중 가격이 가장 비싸 1발당 가격이 최대 300억 원에 달하는 SM-3 요격미사일 도입 시기와 물량도 다소 조정될 전망이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 연합뉴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 연합뉴스


5일 복수의 군 관계자에 따르면 KIDA는 지난 1일까지 진행된 해군의 SM-3(해상탄도탄요격유도탄) 블록Ⅰ 구매 사업에 대한 사업 타당성 조사를 통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군이 제기한 소요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됐지만, (조건부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와 총사업비 조정 협의를 해야 하고 사업추진기본전략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4월 26일 열린 제16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에서 SM-3를 해외 구매로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산 SM-3 블록Ⅰ을 정부 대 정부 계약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총 30여발 도입하기로 했다. 당시 책정된 사업비는 8039억 원, 사업 기간은 2025∼2030년이었다. SM-3의 발당 가격은 200억∼3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SM-3급 요격미사일을 국내에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사실상 무산됐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2021년 국내에서 개발한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L-SAM) 기술을 토대로 지상요격체계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급과 해상요격체계인 SM-3급을 동시에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드급은 2029년, SM-3급은 2036년이면 국내 생산이 가능하다고 국방부에 보고하기도 했다.



SM-6 함대공 미사일이 수직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일본은 150발을 구매하겠다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RTX 홈페이지 캡처
SM-6 함대공 미사일이 수직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일본은 150발을 구매하겠다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RTX 홈페이지 캡처


KIDA는 1조 원을 들여 미국에서 SM-3를 도입하려면 10년 이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할 경우 낙하 속도가 마하 10~마하14에 달해 반응 시간이 촉박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특히 수도권에 떨어지는 탄도미사일을 해상에서 SM-3로 요격하려면 측면에서 맞춰야 하기 때문에 요격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라 SM-3 효율성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많았다.

KIDA의 사업 타당성 조사라는 관문을 통과함에 따라 SM-3 도입 사업은 탄력을 받게 됐다. 다만, KIDA는 SM-3 도입 물량 및 전력화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SM-3 전력화 시기는 2030년대 초반으로 늦어지고 도입 물량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SM-3는 정조대왕함급 이지스구축함에 탑재될 예정이다. 차기 이지스구축함인 정조대왕함급(배수량 8200t)은 총 3척이 건조된다. SM-3 블록Ⅰ의 사거리가 700km가 넘고 요격고도는 90∼500㎞로 탄도미사일의 ‘상승-중간-종말’ 비행단계 중 고도가 가장 높은 중간 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다. 앞서 정조대왕함급 이지스구축함 탑재가 확정된 탄도탄 요격미사일 SM-6는 사거리 240~460㎞이며 요격 고도는 33∼36㎞로 종말 단계 요격 미사일이다.

SM-6 미사일은 길이 6.5m, 지름 53㎝, 총중량 1.5t의 함대공 미사일로 최고 속도는 마하 3.5다. 탄두는 파편형 탄두를 탑재하고 있다. 관성항법과 액티브 레이드 유도방식을 채택했다. SM-6는 사거리 167㎞, 요격 고도 약 20㎞, 최고 속도 마하 3.5로 국내에 도입된 SM-2 미사일과 최대사거리 2500㎞, 요격 고도 최대 1500㎞, 최고 속도 마하 10 수준인 SM-3(블록1,2 포함) 미사일 사이를 담당하는 요격 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다.

SM-6는 항공기는 물론,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TX는 SM-6 미사일에 대해 "대공전과 대수상전, 대잠전 혹은 해상 기반 종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체계"라면서 "하나로 된 3개의 미사일"이라고 자평한다.

SM-3까지 탑재하면 정조대왕함은 중간-종말 두 단계에서 우리 영토를 위협하는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완벽한 수중 킬체인(Kill Chain)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지스구축함에서 발사되는 SM-3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패트리엇(PAC)-3 등 육상에 배치된 기존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요격하기 어려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고각 발사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 이상 미사일도 중간 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다.

해군 관계자는 "정조대왕함급에 SM-3가 장착되면 기존 요격체계와 더불어 다층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도 북한의 점증하는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서 이지스함에서 요격할 수 있는 SM-6 요격미사일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하 안보협력청(DSCA)은 지난 2일(현지 시각) 이같이 밝히고 관련 사실을 의회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일본에 SM-6 함대공 미사일 150발 판매를 승인했다. 관련 부품과 장비 등을 합쳐 총 9억 달러(1조 3221억 원) 규모다. ‘바다의 패트리엇’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SM-6 미사일은 항공기와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미사일은 일본 해상자위대(JMSDF) 이지스함에 탑재된다. 이에 따라 북한과 중국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일본의 대공 방어 능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SM-6 미사일 블록1, MK21 수직발사체계(VLS) 캐니스터, 관련 장비 등을 구매하겠다고 요구했다. DSCA는 지난 2022년 10월에도 4억5000만 달러 규모의 SM-6 블록1 미사일 32발 등의 일본 판매를 승인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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