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 칼럼니스트, 前 부산교대 교수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이 16년 만에 금년도 등록금을 올린다고 한다. 사립대를 비롯해 국립대도 4∼5% 인상한다. 이번 인상은 그동안 대학의 재정 형편이나 여러 교육적 상황을 고려할 때 늦었지만 환영할 조치다. 하지만 이번 인상도 다음 조건을 반드시 만족시켜야 학생들과 일부의 반대를 무마하고 전 국민으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다.

대학은 차후 등록금 인상과 집행 등에서 자율을 갖되, 교수의 연구 업적과 학사 관리에 한 치의 결함도 없이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입학 정원 축소와 함께 연구 업적이 부실한 교수는 과감하게 퇴출하고, 선도적 연구에 중점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장학금 지급도 저소득층 학생과 우수 학생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특히,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파격적으로 지급하되 일정 기간이 지나도 학업성적이 나쁘면 지급을 과감하게 중단해야 한다. 지금처럼 암암리에 나눠먹기식 지급이나 과격한 일부 학생들 눈치를 봐선 안 된다. 또한, 국민 혈세로 운영하는 국가장학재단의 장학금 지급 기준과 집행 등의 행정 절차를 더욱 투명하고 엄격하게 해야 한다. 값싼 정서에 휩싸여 국가 재원 남용에 가까울 정도로 국가장학금이 지급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울러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3조 2항에 따라 내국세 20.79%를 교육예산으로 강제적으로 할당하고 이와 별도로 교육세법에 따라 교육세를 징수한 결과로 걷힌 7조 원 이상 남아도는 지방교육재원을 재정에 허덕이는 우수한 대학에 전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 재원은 저출산 정책에도 연계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입법과 행정 조치가 필요하다. 고등교육과 저출산 대책에 재원을 전용(轉用)하는 것을 교육감이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초중등교육 재정 수요가 줄어드는 현실을 외면하는 일부 교육감의 태도야말로 비교육적이다.

이번 등록금 인상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원칙은 대학의 자율이다. 차제에 교육 당국은 이른바 3불(不)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대학의 자율을 보장하는 하구형(下構型) 전형 제도(입학전형 준칙을 상급학교 교육을 받을 자질이 있는지 여부에 두는 제도)를 지향한다면 본고사를 부활해야 한다. 대학 특성에 맞게 지필고사를 포함한 다양한 전형 방식을 허용해야 한다. 또, 내신제와 연계한 고교등급제도 폐지해야 한다. 본고사 금지와 내신제는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를 내세우는 좌편향 교육관에 기인한다. 내신제는 사교육비를 오히려 상승시킨 요인이며, 학생들을 재학 3년 내내 입시 노예로 묶어 놨다.

기여입학제 수용 여부는 대학이 재정 자율권을 갖는 핵심 잣대다. 자율에 책임이 따른다는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토대로 한다. 이를 가로막는 핵심 요인은 부익부 빈익빈 논리가 교육에 적용돼선 안 된다는 국민 정서다. 하지만 이는 기여입학제에 해당하지 않는다. 기여입학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우수한 자질과 성과를 낸 저소득층 자녀가 결코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경제적 요인 때문에 우수한 학생을 외면하는 대학이 생존할 수 없음은 명약관화하다. 기여입학제와 등록금 인상에 따른 재원과 연계돼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장학금이 확충될 것이다. 따라서 교육 당국은 과거 독재 정권이 만든 3불 정책을 고수하는 각종 ‘가이드라인’을 모두 폐기하기 바란다.

김정래 칼럼니스트, 前 부산교대 교수
김정래 칼럼니스트, 前 부산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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