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설범식)의 4일 ‘전부’ 무죄 판결은 법리와 법 절차 및 법 상식의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기소 이후 5년을 넘겼을 정도의 우여곡절은 이미 사법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지만, 이번 판결은 원님재판·로또재판으로 비판받을 정도로 심각하다. 게다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무죄 판결에서 유사한 문제점이 지적됐고, 이 대표 측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도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노린다는 사실과 시기적으로 겹치면서 더욱 우려를 키운다.
이번 판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30년 지기라는 송철호 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문 대통령 재임 시기에 청와대 등이 개입했다는 혐의에 대한 것이다. 핵심 관련자인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과 송철호 전 시장은 1심에서는 각각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 얼마든지 판결은 바뀔 수 있지만, 사정 변경이나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고, 그것을 입증하기 위한 충분한 심리가 있어야 했다. 1심에서 증거로 인정한 핵심 증인의 증언을 전면 배척하려면 말을 바꾼 증인에 대한 신문이 제대로 이뤄졌어야 했는데, 출석 거부를 이유로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재판부는 “유죄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마치 ‘부탁 받고 위증한 사람은 있지만, 위증 교사는 없었다’는 취지의 위증교사 1심 판결과 흡사해 보인다. “대화하다가 청와대 행정관 요청에 따라 (김기현 당시 시장 비위) 진정서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결 취지는 변호인 주장으로 비칠 정도다. 비리첩보서를 울산경찰청에 보낸 게 청와대 업무로 판단한 것도 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