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현우의 Deep Read - 여당 지지층 성향 분석
與 지지층, 탄핵·계엄 찬반 따라 4개 층위… 평균적 정서보다 강성 목소리 과다표집
野지지·무당파는 응답 회피… 국민의힘, 지지율 함정에서 빠져나와 균형감각 찾아야

◇올라가는 與 지지율
리얼미터 정기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계엄 직전인 지난해 11월 4주차 때 32.3%로 9월 조사 당시부터 오차범위 내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이후 계엄이 선포되자 12월 2주차에 25.7%로 낮아졌다. 계엄으로 일부 지지 철회가 일어난 것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숫자로 밀어붙인 한 대행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2월 4주차에 여당 지지도는 30.6%로 반등했다. 그 뒤 벌어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서부지법의 영장 발부, 1차 영장 집행 등 적법절차 훼손이 이어지면서 여당 지지자들의 결집이 이뤄졌다. 그 결과 1월 1주차와 2주차에 각각 34.4%와 40.8%로 상승했다.

이러한 반등은 지지자 결집의 결과이긴 하나 지지자 규모의 확대로 보긴 어렵다. 그래프에서 보듯 12월 4주차부터 여론조사 응답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계엄 이전 리얼미터 조사에서 응답률은 평균 2.7% 내외였다. 그런데 여당 지지가 40%가 넘은 1월 2주차 이후 응답률은 7% 이상으로 나왔다. 이와 함께 무당파의 지속적인 감소도 확인된다. 같은 시기 무당파 비율은 계엄 이전보다 3%포인트 이상 줄었다.
이 그래프는 응답률 증가와 여당 지지 상승의 동반 현상을 명확히 보여준다. 설문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함으로써 국민의힘 지지가 상승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지지자들의 설문 참여 동기 또한 더 고무됐다. 이들의 조사 협조 비율이 높아지면서 무당파뿐만 아니라 민주당 지지자들의 참여 기회는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그 결과 민주당의 지지는 하향 경향을 보였다. 요약하면, 설문조사에서 각 집단의 응답률 차이로 인해 국민의힘의 지지가 상승한 결과가 도출됐다. 그러나 이것이 여당 지지층 규모 확대를 말해주는 건 아니다.
◇여당 지지자 층위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도 계엄과 탄핵에 대한 입장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계엄과 탄핵에 대한 찬성과 반대 태도를 기준으로 매트릭스를 구성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열성 지지자’는 계엄을 찬성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아스팔트 우파가 중심이다. 이들은 22대 국회 들어서만 29건에 이르는 민주당의 탄핵안 상정과 대통령 예산 삭감 등 입법 폭주에 대통령이 경고성 계엄을 발동한 것이라 생각한다. 스타 강사 전한길의 말대로 ‘계엄령=계몽령’인 셈이다. 부정선거론을 믿으며, 대통령의 계엄 발동은 고유의 통치권에 속하므로 사법적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둘째, ‘보수 중시자’는 계엄은 잘못된 것이라 보면서도 탄핵에는 반대한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계엄법에 적시된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조기 선거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는 것을 용인할 수도 없다. 의정 활동 등에서 민주당이 보여온 적법절차 훼손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정면 거부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런 집단이 행정 권력까지 쥘 경우 닥칠 재앙을 걱정한다.
셋째, ‘민주 원칙자’는 계엄은 잘못된 것이고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조기 선거가 치러질 경우 그 원인을 제공한 국민의힘이 불리하겠지만, 정권을 잡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이라는 입장이다. 부정선거론에 동의하지 않으며 계엄·탄핵 정국을 여당이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넷째, ‘현실 중시자’는 여론 추이에 민감하다. 계엄 선포에 찬성하면서 탄핵에도 찬성한다. 민주당의 원인 제공으로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는 사실에 대체로 공감하나, 선거 승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탄핵 여론을 중시해야 한다는 사고를 갖는다.

◇지지율 상승의 함정
정당 지지, 계엄과 탄핵에 대한 태도 등에 관한 설문이 포함된 케이스탯 조사(1월 24~25일) 결과를 기초로 유형별 분포를 추정했다. 그래프는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파 응답자들을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가운데서 70%가 넘는 응답자들은 계엄 찬성과 탄핵 반대의 열성 지지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무당파 중에서 열성 지지자는 8.4%에 그친다. 무당파 가운데 민주 원칙자는 39%로 가장 많은 데 비해 여당 지지자 중에는 1.4%로 극히 적다.
적극적 응답자 중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많다는 것은 강성 지지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설문조사에서 실제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평균 정서보다 강성 지지자들의 주장이 과다하게 표집됐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여당 지지자들의 실제 생각을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는 셈이다.
여론조사 결과에 여야 정당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절대다수가 열성 지지에 속하는 만큼 당 지도부는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지만, 계엄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민주당의 횡포가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그런데 무당파의 65%와 중도이념 응답자의 66%가 비상계엄을 중대범죄로 생각하고 있다. 두 집단에서 계엄을 대통령의 합법적 권한 행사로 보는 견해는 각각 28%와 31%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통령 탄핵 찬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무당파의 60%와 중도의 63%가 인용에 찬성하는 데 반해 인용 반대 입장은 각각 30%와 31%에 그쳤다.
데이터 과학은 국민의힘이 탄핵 정국에서 열성 지지자의 주장만 따르다 보면 탄핵 후 닥칠 수도 있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무당파와 중도 유권자를 대상으로 지지세를 확장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말해준다.
◇정작 중요한 것
국민의힘은 목전의 선거 승리라는 단기적 목표를 넘어 공당이라는 집합체로서 보수의 가치를 준수하고 있는지 스스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강성 지지층의 생각이 과다 표집된 여론조사에만 들뜬다면 이성과 합리성, 그리고 정치인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인 균형 감각이 설 자리는 없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 설명
‘한덕수 탄핵’은 민주당이 헌법재판관 임명 요구를 거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난해 말 탄핵소추 한 것. 탄핵안 가결로 한 대행은 직무정지 됐으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
‘계몽령’은 계몽과 계엄령을 합한 조어. ‘계엄령을 통해 국민이 민주당의 횡포와 부정선거 실태를 알게 됐다’는 의미로 쓰임. 스타 강사 전한길 등 보수 진영 인사들이 언급하면서 대중에 파급됨.
■ 세줄 요약
올라가는 與 지지율 : 윤석열 비상계엄 발표 직후 급격히 낮아졌던 여당 지지율이 12월 말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 이러한 반등은 지지자가 결집하며 생긴 결과로, 여당 지지율 상승이 지지층 확대를 말해주는 것은 아님.
여당 지지자 층위 :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입장은 관점별로 세분화 됨. 계엄과 탄핵에 대한 찬반 태도를 기준으로 매트릭스를 구성하면 열성 지지자, 보수 중시자, 민주 원칙자, 현실 중시자 등 4개 층위가 만들어짐.
지지율 상승의 함정 : 설문 응답에 여당 지지자 평균 정서보다 강성 지지자 주장이 과다 표집된 것으로 분석돼. 여당이 열성 지지자 주장만 따르면 향후 정치 국면에서 무당파·중도 지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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