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이라크 의회에 최저 혼인 연령을 낮추는 법이 발의되자 이라크 여성들이 바그다드의 한 광장에 모여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이라크 의회에 최저 혼인 연령을 낮추는 법이 발의되자 이라크 여성들이 바그다드의 한 광장에 모여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 Global Focu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식적인 성별은 남성과 여성, 둘만 인정하기로 해 반발이 큰 가운데 세계 여러 나라들도 성 차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이라크 의회는 지난달 21일 아동 결혼을 사실상 합법화할 수 있는 ‘국가의 개인지위법(개인신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결혼, 이혼, 상속 등 가족 문제에 대한 종교 당국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법은 여성 보호를 위해 최소 결혼 연령을 18세로 정했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성직자의 해석에 따라 9세 여아의 결혼도 가능해졌다. 시아파는 9세, 수니파는 15세부터 결혼할 수 있다. 법안을 개정한 이들은 이라크 법체계를 이슬람 원칙에 부합하도록 조정하고, 서구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여성 단체들은 개정안이 이라크 여성들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2023년 유엔 조사에 따르면 2015∼2021년 이라크에서는 소녀의 28%가 18세 이전에 결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소녀가 빈곤 탈출을 위해 결혼을 선택하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나 평생 사회적 낙인과 교육 기회 상실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조직인 탈레반이 2021년 8월 재집권하면서 무자비한 여성 차별이 자행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여성의 교육을 제한하고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이 제정됐다. 여성이 얼굴을 노출하지 못하게 하고 공공장소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도 금지한다. 이에 호주, 독일, 캐나다, 네덜란드 등 4개국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탈레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유엔 총회가 1979년 채택한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을 철폐하는 협약 가입국 중 하나지만, 탈레반 집권 후 여성 차별적 법률이 선포된 것은 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본 것이다. 이에 탈레반 측은 아프가니스탄 내 여성 차별 논란을 여성들의 선동으로 치부하고, 자신들의 정책에 대해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른 통치라며 외부의 정책 비판을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했다. 최근 지난 24년간 시리아를 철권통치해온 알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한 뒤 새 정부를 세운 시리아 반군은 여성 업무를 전담하는 여성국을 설립했다. 알아사드 정권과 달리 여성을 존중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서였다.

동성애를 범죄화하고 불법으로 규정한 국가도 적지 않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67여 개국은 동성 성관계를 불법으로 규정해놓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는 이라크다. 이라크 의회는 1988년 제정된 매춘금지법을 개정한 ‘매춘 및 동성애 방지에 관한 법률’을 지난해 통과시켰다. 도덕적 타락과 동성애 요구로부터 이라크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개정안에는 동성애자에 대해 10∼1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동성애를 부추기는 사람도 최소 7년의 징역형에 처한다. 또 ‘개인적 욕망에 따른 생물학적 성별 전환’ 역시 범죄로 규정해 성전환 수술을 한 의사도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한다. 처벌 대상에는 여성 흉내를 내는 남성도 포함됐다.

불법인 국가의 경우 처벌 수위가 최고 사형에 달할 정도로 동성애는 중징계 대상이다. 1972년 동성애 금지법을 도입한 카메룬에서는 동성애로 적발될 경우 최대 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보수적이고 종교적 색채가 강한 아프리카 우간다는 최근 입법을 통해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해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가 가능하도록 해 처벌을 강화했다. 남아시아의 대표적 이슬람 국가 브루나이도 2019년 4월부터 동성애를 저지르면 목숨을 잃을 때까지 돌을 던지는 투석(投石) 사형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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