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Global Focus
‘젠더’ 아닌 ‘性’만 인정
생물학 性 우선시하겠단 취지
“트랜스젠더 女경기 출전 금지”
미성년자 성전환 지원도 중단
‘DEI 정책’은 휴지통으로
취임직후 폐기 행정명령 서명
“다양·형평·포용성 특혜 종식”
대학·기업, 관련 연구 등 손떼
차별 경계 ‘워크 문화’ 퇴출
특명받은 헤그세스 국방장관
“군대 전사문화 되돌려 놓겠다”
성소수자 군인 추방 나설 듯
워싱턴 = 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이 같은 변화는 민간에도 곧바로 이식돼 학교 교육과 기업 채용 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가 주도할 ‘PC주의’와의 전쟁을 두고 과도한 PC주의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는 옹호와 이에 대한 반발로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는 비판으로 엇갈린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개의 성만 인정할 것” =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이민, 보편 관세 정책만큼이나 과도한 PC주의 정책 뒤집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현실화된 것은 지난달 20일 취임식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공식적으로 남성과 여성 두 개의 성(性)만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정부 기관들은 ‘성별(gender)’ 대신 ‘성(sex)’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한다. 사회적으로 형성, 주관적인 성 정체성이 반영된 ‘사회적 성’이 아닌 ‘생물학적 성’을 우선시하겠다는 취지다.
‘젠더 이데올로기와 극단주의로부터의 여성 보호 및 연방정부의 생물학적 진실 복원’이라는 행정명령의 서문은 “이 나라에서 성별의 생물학적 진실을 부정하는 이념가들이 남성들로 하여금 여성으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도록 법적, 사회적 방법을 동원해왔다”며 “이를 통해 (자신을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남성들이 가정폭력 보호소나 샤워실 등 여성들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나 활동에 침범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남성의 성기를 유지한 트랜스젠더의 여성 전용 시설 출입을 허가한 법원의 판결 등 대중이 일반적으로 불합리하다고 여기는 상황을 부각한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미성년자의 성전환 수술에 대한 연방 정부의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사람이 여성 스포츠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라지는 DEI =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PC 지우기는 우선 DEI 정책의 폐지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항공기 충돌 사고 당일에도 바이든 정부의 DEI 중시 정책으로 인해 능력이 부족한 항공관제 인력이 채용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DEI 정책을 폐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급진적이고 낭비적인 DEI 프로그램 및 특혜를 종식한다”며 “인종과 무관한 능력 위주 사회를 장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진영의 논리 구조에서 DEI 프로그램은 능력 중심 사회와 배치된다.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대학과 기업도 반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방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는 미국 대학들은 트럼프의 행정명령 발표 후 DEI 관련 연구 및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 맥도날드·월마트·타깃 등 미국 전역에 자리 잡은 대기업들이 줄줄이 DEI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있다.
◇‘Woke’ 군대 정비 나선 트럼프 = 트럼프의 PC 지우기 정책의 핵심 전장(戰場) 중 하나는 군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질 논란에 휩싸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적극 엄호한 데에도 깨어있다는 뜻의 ‘워크(Woke)’ 문화가 군대 내 만연해 있다고 보고 헤그세스 장관이 이를 바로잡을 적임자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트럼프는 대선 때 “트랜스젠더·여군을 더욱 포용하는 군대를 만들기 위한 바이든의 노력을 철회할 것”이라고도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저에게 준 주요 임무는 국방부에 전사 문화를 되돌려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워크 문화를 둘러싼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성 소수자들이 정체성을 밝히며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간 미군은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정책으로 성 소수자들이 정체성을 숨긴 채 군 복무하도록 했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 정책을 폐기했고, 이후 트럼프 1기와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이 제도는 폐지와 부활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현재 군 복무 중인 수천 명의 트랜스젠더 군인들을 전역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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