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립습니다 - 3주기 맞는 故 송해 선생님(1927∼2022)
얼마 전 지방의 한 경로당에서 ‘우리 동네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불현듯 송해 선생님이 생각났다. 돌아가신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3주기가 다가온다. 세월이 정말 빠르다. 사실 돌아가시기 전에 꼭 한번 ‘경로효친 기행’의 음악회에서 대표곡인 ‘나팔꽃 인생’ 노래를 불러주시기로 약속했었다.
송해 선생님은 ‘우리들의 영원한 수사반장’ 최중락 선배님을 통해 알게 됐다. 나는 선생님께서 살아생전 개인 사무실로 가끔 찾아뵈어 인사드리고 담소를 나누곤 했었다. 그때마다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맞이해주고 헤어질 때는 출입문 밖으로 나와 잘 가라며 인사말을 건네시곤 했다. 필자가 자식뻘 되는데도 말이다. 그분의 따뜻한 인품과 겸손함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위트와 유머가 뛰어난 선생님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또 친근함과 푸근함, 특유의 격의 없는 소탈함에서 묻어나는 인간미가 물씬 느껴져 너무 좋았다.
선생님은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나 해주예술전문학교 성악과에 입학해 공연하면서 노래를 시작했다고 하셨다. 그런데 6·25전쟁이 일어나 이듬해 1·4후퇴 당시 미군 군함을 타고 월남하게 됐단다. 특히 “송해라는 예명은 월남하는 군함 안에서 넓은 바다처럼 세상을 품겠다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라고 했다. 부산에 도착해서는 국군에 입대해 휴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통신병으로 복무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6·25전쟁 참전용사로 육군 상사 출신인 나의 아버지와, 나 역시 통신병 출신이어서 모스 부호를 주제로 많은 얘기를 나누기도 했었다. 또 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도 서로 많이 닮아 있어서 대화가 잘 통했다. 특히 외아들이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대목의 얘기를 나눌 때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셨다. 그리고 배삼룡 선생님의 상가에 갔다가 최중락 선배님과 소주를 너무 많이 마셔 곤욕을 치른 일화를 말씀하시기도 했다.
더욱이 죽기 전에 고향인 황해도 재령에서 전국노래자랑 녹화하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무엇보다 90세가 넘은 고령임에도 2010년 무렵까지 야외 녹화를 무리 없이 소화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며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셨는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매주 일요일 오후 12시 10분에 방송이 시작되면 “전국노래자랑 사회자, 일요일의 남자 송해가 인사부터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다시 한 번 크게 안녕하세요~” “네 정말로 반갑습니다”라는 쩌렁쩌렁했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선생님의 육신은 필자의 고향인 경북 김천에서 화장해 가까운 대구 달성에 안장됐다. 아직도 선생님 생전의 특유의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고 선생님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이름을 올렸을뿐더러, 전국노래자랑 최장수 MC, 일요일의 남자, 영원한 현역, 만인의 오빠, 현역 최고령 MC, 원조 국민 MC 등 여러 애칭으로 불리며 가슴 뭉클한 삶과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떠난 송해 선생님이 많이 그립다.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평안한 안식을 기원드린다.
문영호(경로효친 기행 회장)
‘그립습니다 · 사랑합니다 · 자랑합니다 · 고맙습니다 · 미안합니다’ 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 카카오톡 : 채팅창에서 ‘돋보기’ 클릭 후 ‘문화일보’를 검색. 이후 ‘채팅하기’를 눌러 사연 전송
△ QR코드 : 라이프면 QR코드를 찍으면 문화일보 카카오톡 창으로 자동 연결
△ 전화 : 02-3701-5261
▨ 사연 채택 시 사은품 드립니다.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정의 사은품(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드립니다.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1
- 좋아요 1
- 감동이에요 2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