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경제 대국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름만 대면 세계시민이 인정하는 글로벌 대기업의 모국(母國)이 어디인지가 관건일 것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적 기업이지만, 근래 빛을 많이 잃었다.

이재용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두 차례 구속돼 560일 동안이나 수감 생활을 했고, 185차례나 재판에 출석했다. 무려 10년 가까이 사법 족쇄에 묶여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후진 정치가 경제를 압살했다. 사회 공헌 차원에서 시행한 비인기 종목인 승마 지원을 국정농단으로 몰았다. ‘경제공동체에 대한 3자 뇌물공여’라는 기상천외한 죄목이 씌워졌다. 기업의 승계는 주주의 ‘사적 자치’ 영역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결재를 해야 승계가 이뤄지는 것으로 몰아갔다. 기가 막힐 일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작이다.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바이오 기업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 이는 이병철 창업 회장의 반도체에 비견되는 사업 포트폴리오 혁명이었다. 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粉飾)으로 주가를 띄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회계기준이 바뀌어 ‘일회성 이익’이 회계에 잡혔을 뿐이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3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지난해 2월 1심과 마찬가지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에 ‘0 대 19’로 완패했다. 따라서 당시 검찰은 항소를 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런데도 항소를 했고, 삼성은 결과적으로 불필요하게 1년을 추가로 항소심 재판을 위해 경영 자원을 낭비해야 했다. 현재로썬 검찰이 상고(上告)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조용히 아무것도 없었던 일로 치부하고 넘어갈 것인가. 아니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차제에 반기업 문화를 시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친기업적 문화는 기업에 특혜를 주라는 게 아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라는 것이다. ‘노동’에 기운 운동장은 종국적으로 노동자에게 우호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분배의 원천인 부가가치는 기업에서 창출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둥지를 틀지 않으면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는 말은 1953년 찰스 어윈 윌슨 GM 사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상원 청문회에서 한 발언에서 유래했다. “GM과 같은 대기업의 이익이 국가이익과 충돌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윌슨이 답변한 내용이다. 미국에서는 이해충돌방지 장치가 마련되면 기업 CEO도 얼마든지 정부 각료로 등용된다. 일론 머스크도 ‘트럼프 행정부의 효율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세계적 굴지 기업이 미국에 몰린 것은 미국의 기업인 우대정책과 무관치 않다.

이제 삼성의 시간이 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소프트뱅크, 오픈AI 그리고 삼성전자’ 간의 협력은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소프트뱅크와 오픈AI는 반도체 설계와 대형언어모델(LLM)에서 강점이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마지막 퍼즐인 반도체 기술은 공백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반도체 파운드리부터 메모리 공급 등에 강점이 있는 삼성전자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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