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린이 책
우리는 페미니스트 어린이입니다
블랑카 라카사·루이스 아마비스카 지음│구스티 옮김│책과 콩나무

언어는 프레임을 만든다. 무슨 여, 무슨 남, 호칭에 ‘충(蟲)’을 붙이기도 한다. 반복해서 사용하면 판단력이 약한 이들은 영향을 받는다. 자신이 잼민이라 식당이나 카페에 못 들어가는 게 당연하다는 어린이처럼 말이다.
오래된 말의 뜻을 변질시킨 것도 있다. ‘페미니즘’ ‘페미니스트’가 그렇다. 이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자 하는 활동과 사람을 일컫는다. 그럼에도 “너 페미니스트야?”에 바로 답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질문자가 훼손된 의미로 용어를 인식하고 있는 경우다.
‘우리는 페미니스트 어린이입니다’는 어린이에게 ‘페미니스트’의 본질을 돌려준다. 페미니스트 어린이는 서로의 같음과 다름을 인정한다. 성별에 상관없이 친구를 사귀고 직업을 탐색한다. 원하는 대로 장난감과 옷을 고른다. 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머리가 흐트러져도 신경 쓰지 않는다. 페미니스트 어린이는 타인의 평가를 정체성 삼지 않는다. 페미니스트 어린이는 자유롭다. 시대에 따라 언어는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소멸한다. 지금 우리가 쓰는 말들이 편 가르기와 누군가를 배제하는 일에 골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언제쯤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더는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 날이 올까? 평등을 이야기할 때 아무도 공격받지 않는 세상 말이다. 그때까지 모두가 당당히 외칠 수 있기를. 우리는 페미니스트라고. 40쪽, 1만4000원.
김다노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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