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을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음식물의 통로로 보는 것이다. 동물은 먹어야 사니 먹을 것이 들어가는 입구가 있고 이것을 소화시켜 양분을 취한 후 내보낼 출구가 있다. 이 입구를 우리는 ‘입’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 입은 범위가 꽤 넓어서 입술부터 목구멍까지, 그리고 그사이의 혀까지 포괄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모든 기관은 본래 음식을 먹고 마시는 데 쓰기 위한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인간은 이 기관을 다른 목적으로 매우 유용하게 쓴다. 바로 가장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수단인 말을 하는 데 쓰는 것이다. ‘맛’이란 말을 발음해 보라. 처음에 코로 숨을 내쉬며 입술을 붙였다 떼면서 혀를 낮춘다. 그러고는 혀끝을 이와 잇몸의 경계에 대서 마지막 소리까지 낸다. 이것을 관찰해보면 본래 숨을 쉬기 위한 기관인 코와 음식물을 씹고, 뜯고, 찢고, 갈기 위한 기관인 이까지 모두 쓰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말을 가리키는 말이 따로 없는 언어에서는 입, 입술, 혀가 말을 대신하기도 한다. 모국어를 뜻하는 영어 단어가 ‘mother tongue’인 것을 생각해 보면 된다. 이 말을 직역하면 곧 ‘어머니의 혀’인데 이때는 혀가 아닌 말을 가리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어머니가 젖과 밥만 먹여 키운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혀를 놀려 말도 가르쳐 비로소 사람답게 살게 해 준 것이니 어머니의 혀가 곧 모국어가 되는 것이다.

음식과 말이 모두 입을 통하게 되지만 그 방향은 서로 반대이다. 음식은 입을 통해서 들어오고 말은 입을 통해서 나간다. 입을 통해서 들어온 것은 어떻게든 소화를 시키면 된다. 그러나 입을 통해 나가는 것은 나간 이후에는 어쩌지 못한다. 말을 잘못해 화를 당하는 것을 ‘설화(舌禍)’라고 하는 것도 결국 혀가 곧 말을 뜻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나가면 주워 담는 것이 불가능한 말, 나가기 전에 곱고 바르게 가다듬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서 말은 한 차원 더 어렵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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