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첫 ‘지수형 보험’ 출시

국제선 출발 늦어지거나 결항때
지연된 시간에 비례해 정액 지급
기존엔 청구서·확인증 등 필요


항공기 지연 시 별도의 증빙자료 제출 없이 사전에 정해진 보험금을 지급하는 ‘지수형 보험’이 보험업계 최초로 출시됐다. 비행기 출발이 늦어진 시간만큼 정해진 액수를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보험사가 실제 손해액을 조사하는 비용을 줄여 보험료를 절감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삼성화재는 ‘출국 항공기 지연·결항 보상(지수형) 특약’을 출시했다고 7일 밝혔다. 지수형 보험은 손실과 관련해 사전에 정한 지수가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된 보험금이 자동으로 지급되는 구조의 상품이다. 삼성화재의 지수형 항공기 지연 보험은 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여객기 출발이 늦어지거나 결항될 경우, 지연된 시간에 비례해 정액 보험금(4만∼10만 원)을 지급한다.

여행자보험 가입자가 출발 전 삼성화재에 항공기 편명을 알려주면, 삼성화재는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공공데이터와 연동해 지연·결항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자동으로 고객에게 알림 카톡을 발송한다. 가입자가 탑승권 사진만 업로드하면 청구 즉시 보험금이 지급된다.

보험금 청구를 위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돼 간편하게 청구하고 빠르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기존의 항공기 지연 보험 상품은 ‘실손형 상품’으로, 가입자가 보험금 청구서와 항공사 확인증 등을 갖춰 보상을 신청해야 한다. 보험사가 이를 심사한 뒤에 보험금 지급이 이뤄져 지급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지수형 보험은 보험료도 실손형 상품보다 저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수형 상품 보험료는 항공기 출발 1회당 1000∼1500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지수형 보험 상품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지수형 날씨 보험이 대표적이다. 기온이나 강수량 등이 일정 수치에 미치면 사전에 정한 보험금을 주는 식이다. 이상기후 리스크가 커지면서 가뭄 보험, 하천수위 보험, 홍수 보험 등 여러 형태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매년 여름 폭염으로 온열 질환자가 급증하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해 지수형 상품을 개발할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날씨 관련 상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 발생 시 실제 피해 규모와 상관없이 정액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 개발됐다. 영국에서는 상장회사에 대한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주식시장의 손실이 발생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는 지수형 상품 개발을 지원할 방침”이라며 “운전습관을 지수화한 자동차보험 상품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안전운전자에게 보험료 할인 혜택을 주는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급정지, 스마트폰 조작 시간 등 운전습관 데이터를 활용한 안전운전점수 산출 모형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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