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림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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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화 다룬 연극 ‘애나엑스’

배우 이상엽 첫 무대 도전


‘가짜 상속녀’ 행세를 하며 뉴욕 사교계를 뒤흔든 희대의 사기꾼 ‘애나 소로킨’. 그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창작된 연극은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고, 지난달 28일 한국에서도 ‘애나엑스’(사진)라는 제목으로 막을 올렸다. ‘애나’라는 인물 자체에 집중하진 않는다. 김지호 연출은 “SNS, 그리고 일상생활에서의 겉치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창작 의도를 밝혔다.

무대 배경에는 스마트폰을 형상화한 화면을 설치했다. 인스타그램, 채팅 앱 등 스마트폰 인터페이스를 실감 나게 구현했다. SNS가 삶의 일부가 된 오늘날, 그런 창작진의 의도는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하다. 애나가 남자친구 아리엘과 미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아는 척하는 거 쉬워요”라며 뼈 있는 대사를 내뱉고, 애나에게 속고 운영하던 채팅 앱마저 완전히 망해버린 아리엘이 “내 회사의 가치는 이미지가 전부였어”라며 절망하는 등 작품 곳곳에 ‘진실과 허상이란 무엇인가’라는 메시지가 흐른다.

다만, 개연성 측면에서 아쉬운 지점이 있다. 연극은 두 사람이 어떻게 해서 뉴욕에 오게 됐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사랑에 빠졌는지 길게 묘사한다. 이후 갑작스럽게 둘의 관계가 깊어지고, 아리엘이 애나를 의심하는 장면들로 전환된다. 아리엘이 왜 애나에게 속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관계를 더 보여준 뒤 애나의 거짓말이 모두 폭로되는 클라이맥스로 넘어갔어도 좋았을 것 같다.

‘애나’는 거액의 상속녀에 어울리지 않게 후드집업과 흰 티에 청바지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다. 김지호 연출은 “인물에 대한 표현은 최대한 간결하게 하려고 절제했다”고 설명했다. 설정에 걸맞은 화려한 의상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아쉬울 법하다. 또 한국에서 올리는 연극임에도 스마트폰 화면에는 시종일관 영어가 나온다.

배우 이상엽의 첫 연극 도전작이기도 하다. 남자 주인공 아리엘에 캐스팅됐다. ‘애나엑스’는 2인극으로, 애나와 아리엘을 연기하는 두 배우가 1인 다역을 소화한다. 오롯이 배우의 역량으로 무대를 채워야 한다. 이상엽은 “배우들 중 내가 제일 긴장하는 것 같다. 100분 동안 아리엘로 서 있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관객이 주는 힘이 있더라”며 기대감과 긴장감을 드러냈다. 아직 긴장이 덜 풀렸는지 극 초반 대사를 더듬기도 했지만 이내 역할에 몰입했다.

이 외에도 최연우·한지은·김도연이 애나를, 이현우·원태민은 아리엘을 연기한다. 3월 16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김유진 기자 yujink0211@munhwa.com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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