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하 주제로 쓴 두 권의 책
한반도 크기에 육박할 만큼 거대한 크기로 오랜 세월을 견디고 있는 빙하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다채롭다. 인간의 문명이 닿지 못한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무력함을 느끼기도 하고, 미지의 풍경에 생경함과 호기심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 새하얀 얼음 덩어리의 매력에 빠진 두 작가가 있다. 빙하를 찾아 남극까지 떠난 소설가 김금희와 빙하 속에 숨은 비밀을 쫓아 빙하학자가 된 신진화, 그들이 최근 나란히 책을 출간했다.
“그 크고 하얀 얼음덩어리에 우리가 살지 않았던 시절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잖아요.”
대한민국의 유일한 여성 빙하학자인 신진화가 말하는 빙하의 매력은 이렇다. 10m에 달하는 깊이의 빙하 코어를 뚫고 채취한 시료에는 현재는 볼 수 없는 기후와 자연환경, 그 당시 지구를 둘러싸고 있던 공기에 대한 단서가 담겨있다.
최근 그가 출간한 책 ‘빙하 곁에 머물기’(글항아리)는 이 빙하 속에 담긴 지구의 역사, 그리고 나아가 그 안에 봉인된 저자의 기억을 품고 있다.
2005년 학부생으로 빙하학을 처음 접한 후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프랑스와 캐나다를 거쳐 현재는 극지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기까지 약 20년의 세월 동안 그는 한결같이 빙하의 곁에 있다.
신 작가가 말하는 빙하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중에서도 빙하 속에 갇힌 과거의 공기 입자를 통해 ‘이산화탄소 농도’를 알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최대 80만 년 전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함으로써 지금과 자연환경이 가장 유사한 시기와 비교해 현재의 이산화탄소 증가 정도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기후위기를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은 빙하학이 가져온 큰 성과이자 그가 빙하를 ‘기후 유언장’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빙하학자는 빙하가 있는 현장을 찾아 남극과 북극을 종횡무진할 것 같지만 실상은 연구실에서 분석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험하는 시간이 더 많다. 실제로 그는 북극 지역 빙하 연구를 위해 그린란드 인근의 시추 현장을 방문했지만 아직까지 남극 지역은 가보지 못했다.
“남극에 정말 가고 싶은데 쉽게 오는 기회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럼에도 빙하에 대해 계속해서 알리고 학계에 기여하고 싶어요.”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인간이 그어놓은 국경도, 도시도 없이 빙하로 가득한 남극. 어릴 적부터 꿈꿔온 미지의 세계 남극에 마침내 닿은 김금희 작가는 ‘긴 사슴의 몸통처럼 이어지는 산등성이’와 ‘흰무늬처럼 빛나는 영구동토층’을 마주하고 ‘완전한 행복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것이 ‘단순하고 명징한 감정’이라는 김 작가의 말처럼 대자연이 뿜어내는 감동은 오히려 특별한 수식어 없이도 독자들의 마음속에 펼쳐진다.
새하얀 눈과 얼음으로 대표되는 남극이지만 탁월한 관찰력이 빛나는 소설을 써온 작가는 암갈색과 노란색 등 다채로운 색상으로 남극을 그린다. 또한 문단 안팎에 유명한 ‘식집사(식물+집사)’답게 남극에서 발견한 진귀한 식물에 대한 이야기도 가득하다.
작가가 이끄는 남극 여행 같은 ‘나의 폴라일지’(한겨레출판)에는 유독 ‘연결’에 대한 감각이 진하게 느껴진다. ‘조용하게 글 쓰는 것을 좋아했던 아이’에서 ‘혼자 하는 여행을 충분히 좋아하는 어른’으로 자란 작가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빙하 가운데에선 인간이 가장 약한 종(種)”이라며 “모든 것을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책을 살피면 그것이 무척이나 소중했음이 드러난다. 사람들과의 대화하는 시간이 더욱 즐거웠으며, 이별은 유독 시리게 다가왔다는 사실. 꿈결 같은 남극 탐험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만난 소중한 가족은 떨어져 있던 순간만큼 단단해져 각자의 의미로 남았다는 것까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먼 곳 남극에서 그는 스스로에게, 또 독자들을 향해 “살아남기를 잘 했다”고 말한다. “꿈꿔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꿈은 살아갈 이유가 돼요. 그리고 마침내 이룬 순간 다시 한 번 저를 구원할 테니 두려움 없이 나가보길 응원합니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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