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묫자리를 잡는 음택풍수의 폐단을 시정하고 보다 긍정적인 양택풍수의 장점을 강조하는 자생풍수의 흐름이 있다. 이들은 대략 지기(地氣)가 솟아나는 명당은 사람이 살기에 좋고 편한 곳이며, 이를 얻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착하게 살아야 한다며 인간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것 같다.
도시의 삶이 일상화한 현대에는 ‘주산-좌청룡-우백호-안산’의 산과 산줄기 흐름에 따라 명당을 살펴보고 찾는다는 것이 어렵기에 건축물, 도로 등으로 대체한 주변 환경이 사람이 살기에 편하고 좋으면 그곳이 명당이라는 새로운 논리까지 만들어 내는 것 같다.
땅 그 자체가 아니라 땅과 사람의 선한 상호작용을 통해 명당이 정해진다는 것이니, 부귀영화에만 얽매이는 음택풍수보다는 따뜻한 인간애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 또한 지기가 실재한다는 것, 명당에서 지기가 왕성하게 솟아나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버린 것은 아니다.
고대 중국에서 천자의 권위를 가장 잘 담아야 하는 명당 정전은 하늘과 곧바로 연결되어야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지기라는 개념이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었으니, 땅과 인간의 선한 상호작용을 통해 명당이 정해진다는 것도 당연히 상정할 수 없다. 정전에서는 조회, 제사 등 천자가 중심이 되어 주관하는 국가의 중요 의식이 행해졌다. 이런 명당에는 편함이나 좋음이란 느낌은 존재할 수 없다. 천자와 신하들의 엄격한 위계질서 아래 조심스러움, 엄숙함, 근엄함, 삼엄함 등이 명당 안을 가득 채웠다.
원래의 명당은 살기에 편하고 좋은 공간이 전혀 아니다. 천자의 권위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어야 한다. 명당의 위치를 찾거나 정하는 것은 사람이 살기에 편하고 좋기 위해서가 아니라 천자의 권위가 살아 숨 쉬게 하기 위해서다. 정전뿐만 아니라 궁궐 전체도 살기에 편하고 좋은 곳이 아니다. 권위가 늘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지금도 기업이든 국가기관이든 의회든 권력과 위계질서가 있는 곳에서는 비슷하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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