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부산 기장군의 한 은행에서 강도 행각을 벌인 남성이 들고 있던 공룡 모양 물총. 범행 당시 검정 봉지에 쌓여 있었다. 부산 기장경찰서 제공
10일 오전 부산 기장군의 한 은행에서 강도 행각을 벌인 남성이 들고 있던 공룡 모양 물총. 범행 당시 검정 봉지에 쌓여 있었다. 부산 기장경찰서 제공

검은 비닐봉지 속 ‘총’ 알고 보니 공룡 물총
강도 덮친 용감한 50대 시민, 경찰 감사장 수여


부산=이승륜 기자



"무릎 꿇어!"

10일 오전 10시 58분, 부산 기장군 일광읍의 한 은행. 한 남성이 마스크와 털모자를 눌러쓰고 들어서며 외쳤다. 그는 복도에 있던 손님들까지 위협해 은행 안으로 몰아넣었다. 출입구를 막고 선 남성의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에 싸인 총 모양의 물건이 들려 있었다.

순식간에 은행 고객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남성은 지점장실 문을 열려 했지만, 안에서 고객을 응대하던 지점장이 손으로 문을 잡고 버티며 경찰과 보안업체에 신고했다.

범인은 지점장실 진입을 포기한 뒤 창구로 가서 미리 준비한 여행 가방에 5만 원권을 담으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고객이 도망쳤고, 남아 있던 고객 3~4명은 무릎을 꿇었다. 그중 한 남성 고객이 범인을 뒤에서 덮쳐 팔을 붙잡으며 몸싸움을 벌였다. 곧이어 은행 청원경찰과 남자 직원 3명이 달려들어 범인을 제압했다. 강도가 은행에 들어선 순간부터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단 2분이었다.

범인이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확인해 보니, 비닐 안에는 공룡 모양의 장난감 물총이 들어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인이 30대 남성 A 씨임을 확인하고 강도 미수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현재 경찰은 A 씨의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장난감을 비닐봉지에 싸서 권총처럼 위장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도를 최초로 붙잡은 50대 남성 은행 고객에게 감사장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0일 오전 부산 기장군의 한 은행에서 강도 행각을 벌인 남성이 들고 있던 물건. 봉지에 담겨 있던 것은 알고 보니 공룡 모양 물총이었다. 부산 기장경찰서 제공
10일 오전 부산 기장군의 한 은행에서 강도 행각을 벌인 남성이 들고 있던 물건. 봉지에 담겨 있던 것은 알고 보니 공룡 모양 물총이었다. 부산 기장경찰서 제공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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