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광언 前 한미연합사 작전차장, 예비역 육군 소장

고등학교 3학년 때 4·19, 사관학교 1학년 때 5·16으로 전국에 비상계엄! 성년으로의 인생 시작이 계엄이었다. 그동안 몇 번의 계엄 사태를 겪었는지는 기억에도 없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됐다가 다음 날 새벽에 해제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내 생애 마지막 비상계엄이 되기를 희망한다. 12·3 비상계엄이 더 큰 소란 없이 해제된 후 내란 프레임으로 탄핵소추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각 수사기관의 공(功) 다툼과 서울서부지법의 구속영장 발부 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발생한 군중의 법원 난입 사건 등은 나라가 무정부 상태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 과정도 마찬가지다. 과거 어느 민·형사 사건보다도 국민의 초관심 사항이다 보니 재판 과정의 비공개나 보도 제한 같은 것에는 아예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재판 과정을 비공개로 하면서 보도자료를 성의 있게 준비해 국민의 오해가 없도록 이해를 구하는 한편, 각 언론과 인터넷 매체들은 확대·추측 보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국민이 종일 뉴스에만 매달리지 않고 저마다의 생업에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런 와중에 각 언론과 인터넷 매체들의 끝없는 보도 경쟁은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국무위원 중에서도 가장 바빠야 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총리 직무대행까지 겸하고 있다. 공석인 헌법재판관 3인 중 1인을 야당이 여당과 합의도 없이 추천해 놓고는 이를 임명하지 않는다고 대행의 대행까지 탄핵소추하겠다고 겁박하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대통령은 직무정지 중이고, 국무총리도 감사원장도 탄핵심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법무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국방부 장관마저 공석 상태다.

특히, 국가의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는 국방부의 경우 장관 부재로 국가안보가 백척간두에 섰다. 합참의장이 건재하고 한미연합사가 건재해 버텨내고 있기는 하지만, 육군 참모총장을 비롯해 수방사령관·특전사령관·정보사령관·방첩사령관 등 많은 주요 고급장교들의 보직이 장기간 공중에 떠 있다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더욱이, 육군 참모총장의 후속 인사는 한시가 급한 문제다. 그보다 직급이 낮은 국방부 차관이 장관대행 업무를 맡다 보니 육참총장을 추천해 대통령의 재가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행정 절차가 간단치 않다. 현재 공석으로 사법 처리 대상이 된 주요 사령관들의 인사를 해야만 하는 육참총장 자리를 부지하세월 비워 둬선 안 된다.

또 하나, 이들 주요 지휘관의 인물 정보가 샅샅이 날마다 언론을 통해 대내외에 노출되는 것도 우리가 평소에 유의해야 할 지극히 예민한 보안 사항이다. 핵무기를 개발해 놓고 호시탐탐 남침을 노리는 북한에 이 같은 고급 정보는 평소엔 쉽게 구할 수 없는 천금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어떻게든 보호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무리한 대통령 체포 작전 당시 대통령 관저의 구조부터 비밀스러운 경호부대의 존재와 세부 병력 규모 등까지 모든 사항이 속속 노출된 것 역시 누구도 관심 기울이지 않았던 보안상 커다란 실책 중의 하나다.

국가적 차원의 보안기밀 준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오늘이다.

현광언 前 한미연합사 작전차장, 예비역 육군 소장
현광언 前 한미연합사 작전차장, 예비역 육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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