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Economy

유로화가치 1달러 밑돌 가능성
엔화 34년만에 최저 수준 하락

‘관세정책’ 뒷받침… 당분간 지속


미국 국채 금리가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달러 가치도 2년여 만에 최고점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예고한 관세 전쟁으로 ‘킹달러’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13일 한때 110.176까지 상승했다.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달러의 가치가 다른 통화에 비해 높다는 의미로, 달러인덱스가 110을 넘긴 것은 지난 2022년 11월 이후 처음이었다. 달러인덱스는 이후 107∼109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반대로 다른 통화들의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유로화는 지난 3일 달러 대비 2% 넘게 하락하며 1.0141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는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였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가 부진한 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금리 인하를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사하면서 유로화 가치는 ‘패리티’(1유로=1달러)를 밑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엔화도 지난해 3월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끝냈지만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는 3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위안화 역시 달러 대비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달러 대비 한국의 원화 가치는 지난해 12월 5.3% 떨어져 20개 주요국 중 러시아 루블화(-6.4%)에 이어 두 번째로 하락 폭이 컸다.

강달러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달 초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강달러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적으로 일치한다”며 “우리는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통상 통화 가치가 오르면 해당 통화를 쓰는 국가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져 일반적으로는 통화 가치 약세를 원하는 국가가 많다. 베센트 장관이 강달러 기조를 천명한 배경에는 현재 밀어붙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 달러 상황에서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해도 가격 상승 폭이 크지 않아 과도한 수입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달러가 미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에 불리하지만 ‘관세의 무기화’를 통한 무역 적자 해소에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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