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Global Economy - 트럼프 2기 후폭풍… 이례적 동반상승 ‘연쇄작용’

美10년물 금리 4.8%까지 급등
英10년물도 16년만에 최고치
獨·日 국채 수익률도 치솟아

각 국 재정 적자 확대 우려에
트럼프 정책 리스크까지 작용




세계 각국의 국채 금리(수익률)가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가 인하하면 시중금리 인하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 정부의 자금 조달 부담이 줄어야 하는데 오히려 부담이 늘어나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국채 금리 상승은 누적된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귀환 이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은 국내 은행채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 금리가 오르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역주행하는 국채 금리 = 일반적으로 기준금리와 국채 금리는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하하면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 채권과 같은 투자 자산이 몰리기 때문이다. 수요가 높아지면 채권 가격은 높아지고 채권 금리는 하락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준금리와 국채 금리가 동조가 아닌 역행하고 있다. 채권 시장의 기준이 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경우 지난달 14일 4.8090%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2023년 11월 이후 1년 2개월여 만에 최고치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9월 4년 반 만에 금리 인하(0.50%포인트)에 나서며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을 시작했지만 국채 금리는 반대로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미국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총 1%포인트 낮추는 동안,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포인트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은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국채 매입 움직임으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연쇄 채권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9일 영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823%를 돌파하면서 2008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연 2.568%를 기록해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14년 만에 최고치인 연 1.196%까지 올랐다. 시중금리에 영향을 주는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잇따른 금리 인하에도 미국의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7%에 육박한 상태다.

◇재정적자 증가와 트럼프 리스크가 원인 = 기준금리 인하에도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이유로는 세계 각국의 재정 적자 증가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리스크가 꼽힌다. 두 요인이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면서 국채 금리의 ‘기간 프리미엄’을 높이고 있다. 기간 프리미엄은 만기가 긴 10년 이상의 채권을 보유하는 대가로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을 뜻한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전체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 10년 만기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은 연 0.7%포인트에 육박하며 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의 확정적 재정정책은 국채 금리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뜩이나 재정적자가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 확보를 위해 추가 국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채 발행을 늘리면 시중 국채 공급이 늘어나 국채 금리가 오르게 된다. 특히 재정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채를 추가 발행하게 되면 국가 재정 건전성 악화로 해당 국채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게 된다. 채권 공급은 늘어나는데 수요는 감소하면서 국채 가격 하락(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주요 7개국(G7) 정부가 평균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올해 상환규모까지 고려하면 GDP의 7% 수준인 2조 달러(약 2911조4000억 원)의 채권을 발행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로존도 올해 GDP의 약 3%인 5000억 유로(약 749조9400억 원)의 국채를 찍어내 재정을 충당할 계획이다.

전 세계가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불법 이민자 추방과 관세 및 감세 정책은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또 다른 불씨가 되고 있다. 저임금 노동을 제공하던 이민자가 줄어들고 보편관세 등으로 수입 물가가 높아지면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후퇴시켜 가뜩이나 높은 국채 금리를 부채질할 수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 35%였던 법인세율을 21%로 낮춘 데 이어 15%까지 더 낮추겠다고 공약하면서 줄어든 세수를 결국 국채를 찍어 충당할 것으로 관측돼 국채 금리 상승 전망을 높이고 있다.

◇미국 10년물 2050년에는 8% 전망도 = 시장에서는 당분간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 ING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올해 말에는 연 5.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GIM의 그레고리 피터스 채권 부문 공동 최고투자책임자는 “미국 10년물 금리가 5%를 돌파하더라도 전혀 충격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월가에서는 단기적으로 5.5%까지는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거시경제연구소인 매크로 인텔리전스 2 파트너스의 줄리엔 브리젠 창업자는 2050년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8%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한편,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인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인하하라고 촉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에 더 많은 민간 투자가 유입되면 “(높은) 금리 등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관련기사

황혜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