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문10답 - 美, 720조원 규모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오픈AI·소프트뱅크·오라클
美중심 AI생태계 구축 협력
트럼프 2기의 핵심산업 평가
AI 주도권 사수 의지 신호탄

삼성·SK 등 참여 여부 촉각
올트먼, 지난주 이재용 회동
위기론 돌파구 될수 있지만
기술 아닌 재무 투자땐 한계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AI 기술 경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해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타게이트는 미국에 차세대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이지만, 오픈AI 등 미국 기업만이 아닌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도 미국의 동맹국 기업으로 참여 범위를 넓히고 있어 미·중을 비롯한 글로벌 AI 패권 경쟁과도 연결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이 합작해 미국에 AI 슈퍼컴퓨터 및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계획이다. 투자규모가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약 720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목표는 차세대 AI 개발을 위한 기반시설을 구축해 범용인공지능(AGI)을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해 지속 발전시키고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튿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발표한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AI 핵심 사업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상권한을 통해 미국 내 AI 공장 설립과 공장 운영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용이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샘 올트먼(오른쪽부터) 오픈AI CEO,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연설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샘 올트먼(오른쪽부터) 오픈AI CEO,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연설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 트럼프 대통령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공들이는 이유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AI 산업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차지하겠다는 의지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다. AI가 일상과 경제,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의 영향력이 막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 기업은 물론 일본 기업 등 글로벌 주요 기술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미국 중심의 AI 생태계와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이 AI 분야에 막대한 인력과 자본을 투입하며 경쟁력을 키우면서 지정학적 요인도 적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반도체·AI 패권 경쟁을 더욱 강화할 것이며,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미국 중심 AI 생태계 구축”의 핵심 전략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3. 미·중 AI 패권 경쟁의 현재 상황은

중국은 AI 기술 수준과 연구 성과 면에서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미국을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지식재산기구 특허환경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출원된 생성형 AI 관련 특허는 중국이 3만8210개로 2위인 미국(6276개)을 크게 앞서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 폴슨 연구소 산하 싱크탱크 ‘마르코폴로’가 세계 최고 수준(상위 20%) AI 연구자들의 출신 국가를 분석했는데, 미국 출신은 2019년 20명에서 2022년 18명으로 줄어든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29명에서 47명으로 급증했다. 미국은 민간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AI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으며, 중국은 정부 주도의 전략적 지원과 방대한 데이터 활용을 통해 빠르게 AI 산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4. 스타게이트는 어떻게 운영되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미국 중심의 AI 생태계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스타게이트는 미국에 세계 최대 규모의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더욱 강력한 챗GPT 및 기타 AI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텍사스에서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로 시작해 다른 주로 확장할 예정이다. 센트럴파크 부지를 넘어서는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텍사스에 지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운영을 담당하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AI 모델 및 기술 개발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오픈AI 이외에도 오라클·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 등 주요 기업들이 기술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스타게이트 회장을 맡아 자금 부문을 책임진다. 손 회장은 기업들이 1000억 달러를 바로 투자하고 나머지 4000억 달러를 향후 4년간 투자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5. 삼성전자의 참여 가능성은?

올트먼 CEO가 지난 4일 방한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회동하면서 스타게이트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항소심 무죄선고로 ‘사법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된 후 이뤄진 첫 대외행보인 데다, 스타게이트 회장을 맡은 손 회장도 깜짝 참여하면서 이러한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인 메모리와 파운드리 제조 설비를 확보하고 있는 동시에 턴키(일괄생산) 공급이 가능한 대규모 AI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어, 스타게이트 입장에선 매우 훌륭한 파트너로 평가된다. 당시 손 회장은 2시간에 걸친 회동 후 취재진과 만나 “좋은 논의였다”며 3사 간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외에도 올트먼 CEO는 당시 “스타게이트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이 많다”고 언급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미팅하면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복수의 업체가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6. 삼성전자가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삼성 입장에서도 스타게이트 합류가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촉발된 ‘삼성 위기론’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지난 1993년부터 30년 넘게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왕좌’를 지켜왔지만 최근 AI 산업 발전으로 인해 급증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은 SK하이닉스에 내줬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빅테크와의 협력이 시너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다만 삼성전자에 대한 참여요청이 기술적 협력이 아닌 재무적 투자자 형태로 참여를 요청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미국 내 투자 및 생산 시설 확대를 압박받을 가능성이 있어 실익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7. 일각에선 회의론도 나오는데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자금 확보 계획이나 책임 분담 등 세부 사항에서 여전히 미비하다고 평가했다. 스타게이트가 새로운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스타게이트가 새로운 합자기업으로 발표됐지만 오픈AI가 소프트뱅크, 오라클과 각각 체결한 계약 및 파트너십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스타게이트의 목표도 오픈AI의 서비스 강화라는 기존 투자와 본질적으로 같아, 오픈AI 이외엔 실익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프로젝트 완성 뒤엔 오픈AI가 인프라에 대한 독점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8. 한·미·일 AI 동맹 생태계 구축 가능성은

스타게이트는 기업 협력 측면을 넘어 미국, 일본, 한국 간의 AI 동맹을 강화하는 계기로 평가하기도 한다. 반도체·AI·데이터센터·클라우드 인프라를 포괄하는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지정학적 동맹관계를 구축해왔던 한·미·일이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이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자본을 끌어모으면 미국의 오픈AI·오라클·MS 등이 기술개발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고,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를 생산하는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미국이 AI 기술의 중심을 유지하는 동시에, 한국과 일본이 반도체 및 AI 인프라 구축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AI 패권 경쟁의 한 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9. 스타게이트의 확장 가능성은

현재는 미국과 일본 기업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지만,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연합 형태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올트먼 CEO는 인도의 AI 개발자들과 비공개 회동을 통해 인도가 챗GPT 사용자 수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인도가 AI 혁명의 선도국 중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올트먼 CEO가 일본과 한국, 인도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독일, 프랑스 등을 순차적으로 방문하고, 파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공동 주재하는 ‘AI 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 또한 글로벌 연합 전선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0.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예상되는 미래는

AI 훈련에 필요한 대규모 GPU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가 확충되면 더 빠르고 강력한 AI 모델이 등장할 수밖에 없어 경제·산업은 물론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다. 당장 제조업, 물류, 의료, 금융 등의 경제·산업 분야에서 AI가 기존 인간 노동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자율주행, AI 기반 신약 개발 등 일상의 혁신도 더욱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AI 윤리 및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AI의 책임 있는 사용과 법제화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이용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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