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美 관세전쟁에 시장 불안 확산
안전자산 金 투자몰려 연일 상승
조만간 3000달러 돌파 전망도
글로벌 원자재값 줄줄이 치솟아
구리 2% 급등…알루미늄도 껑충
관세 부과전 물량확보 수요 급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다. 미·중 관세 전쟁의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지면서 금값은 연일 상승하며 2900달러를 돌파했다.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물량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구리, 알루미늄 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이날 2% 급등해 t당 1만 달러를 돌파했다. 런던 시장의 가격보다 t당 800달러 이상 높아져 지난 202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시장 왜곡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급 부족을 우려한 트레이더들은 원자재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미국 알루미늄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3월물 알루미늄 선물가격에서 미드웨스트 프리미엄은 파운드당 30센트로 전 거래일 대비 거의 10% 상승했다. 미드웨스트 프리미엄은 미국 중서부 지역의 금속제품 가격이 런던 등 다른 지역보다 더 높게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알루미늄 수요의 약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캐나다가 최대 공급 국가다. JP모건은 “모든 국가에 관세가 부과되면 재고는 더 빨리 소진되므로 미국 미드웨스트 프리미엄은 지금보다 더 뛰어 파운드당 40센트가 넘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금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이날 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293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대비 9.9%나 오른 수준이다. 금 현물 가격도 2914.3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뉴욕 시장의 금 매입이 88% 증가하면서 글로벌 금 거래 중심지인 런던에서는 금 부족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관세 전쟁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금값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금은 이자 수익이 없어 금리 하락 시 수혜를 보는 자산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면에서는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으로도 각광 받는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조만간 금값이 3000달러를 넘어설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씨티그룹은 “관세 부과 이후 미국 경제 성장과 주식시장 하방 위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골드바 매입이 늘어나고 있다”며 “금 가격은 가까운 시일 내에 30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도 금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지난달 말 금 통장 잔액은 8353억 원으로 전월보다 531억 원 증가했다. 계좌 수는 27만2125좌에서 27만5424좌로 같은 기간 3299좌 늘어났다. 금 현물에 투자하는 ‘ACE KRX금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액은 9086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 ETF의 순자산액은 지난달 23일 7000억 원, 지난 4일 8000억 원을 돌파한 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되는 한 금 가격 강세 전망은 유효하다”며 “올해 말까지 3000달러를 넘어서는 금 가격 상승 랠리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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