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강 이어 관세 예고
자동차 수출액 지난해 707억달러
그 중 미국이 347억달러 차지
반도체도 미국에 106억달러 팔아
관세부과 땐 삼성·현대차 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우리나라 핵심 수출 분야인 자동차·반도체·의약품까지 예고되면서 국내 산업 전방위에 관세 폭탄이 투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목된 품목들은 대(對)미국 수출 주력품인데다, 최근 한국 대기업들의 북미 매출 의존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어 트럼프발(發)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시설 확대 등의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대상으로 언급한 철강·알루미늄·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은 모두 미국이 수출 대상국 상위 5위 안에 들 만큼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총수출액은 707억8600만 달러(약 102조8300억 원)로 이 중 미국 비중은 압도적 1위인 49.08%(347억4400만 달러)에 달했다. 철강 수출에서도 미국 비중은 13.06%(43억4700만 달러)로 1위였고, 의약품도 15.77%(15억1300만 달러)로 가장 컸다. 한국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는 전체의 7.53%(106억8000만 달러·5위)가 미국으로 갔다. 알루미늄의 미국 수출 비중은 20.36%(10억600만 달러·2위)였다.
북미 시장에서 한국 주요 기업들의 매출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하고 북미 지역 매출을 별도 공시한 100개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해(1∼3분기) 북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5% 증가한 313조5231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북미가 차지하는 비중은 25.2%에서 28.1%로 2.9%포인트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현실화한 만큼 우리 산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현지화 전략 등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지은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가동 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현대차의 미국 판매 중 현지 생산 비중은 44% 수준인데, 향후 HMGMA의 연간 생산능력을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끌어올리면 60∼7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반도체 업계는 미국이 모든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관세를 올린 만큼 100% 가격 상승분에 반영할 순 없다”며 “결국 공급자와 수요자가 각각 50%씩 부담하는 방향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국산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을 수출하는 기업으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있는데, 셀트리온은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제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올해 3분기까지 재고량을 확보해 놓은 상태라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이 우선으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영학회장을 지낸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장 기업 입장에선 정부의 외교적 대응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이미 예고된 것으로 일본처럼 적극적 외교를 통해 실리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근홍·장병철·김성훈·최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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