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2022년 1월 27일 시행에 들어간 이후 3년이 지났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지난 6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건설 현장 사상자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인 것을 해결하려고 이 법을 제정했던 취지를 생각해 보면 참으로 난감한 결과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법이 제 기능을 못 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입법 당시부터 이 법은 ‘사전 예방’보다 ‘사후 처벌’에 방점을 둔 만큼 실효성보다는 부작용이 클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불필요한 안전관리 비용이 늘어 중소기업들의 경영 리스크가 크게 증가하는 게 대표적인 부작용의 사례였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건설사가 법 시행 후 안전 관련 예산을 크게 증액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예산 대부분이 안전관리자 인건비나 사고 예방을 위한 컨설팅비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증액된 예산이 근로자의 재해 예방 비용에 직접 투자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비용이 대기업에는 크게 문제가 안 되겠지만, 중소기업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임이 분명해 보인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검찰이 중처법 위반으로 기소한 31건 중 유죄 선고는 93.5%(29건)에 이르며, 중소기업이 유죄 판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더욱 엄정하게 중처법을 집행하지 않아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고 한다. 하지만 중처법 시행 후 3년이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재해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를 사업자에게서 찾는 건 무리다. 오히려 중처법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검토해 보고 그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현장에서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보다는 소송에 유리한 서류상 안전 조치에만 치중하다 보니 안전사고가 줄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추가로, 같은 사안에 대해 판사에 따라 각기 다른 판결이 내려지는 등 법 적용에 대한 불확실성 또한 커 사업자로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무방비로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어떤 예방 조치를 하면 면책될 수 있는지 중처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발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결과임을 의미한다. 중처법을 처벌 아닌 예방 위주로 전면 개정하고, 정부는 이 법에 근거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체제로 전환한다면 해결될 수 있다는 의견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중처법에 재해 예방 조치에 대한 원칙을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면 면책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정부는 이 원칙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시행령 또는 시행 세칙에 추가하고 관리 감독에 관한 규정을 도입하는 절차를 밟으면 된다. 이렇게 법을 개정한다면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되는 만큼 사업주는 예방에 더 많은 자본과 노력을 투입해 법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법치주의의 근간인 명확성의 원칙을 파괴하면서까지 법을 제정했는데도 여전히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는 것은 중처법이 보호법익을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보호법익이 없는 법은 악법(惡法)이 될 확률이 매우 높은 만큼 서둘러 이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