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속도로 디지털화 선도하는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AI로 겨울철 염수액 예비 살포
적재 불량 화물차는 자동 선별
교통량·도로 길이 늘어났지만
한 해 사망자 150명대로 줄어
‘도공기술마켓’中企제품 판매
간식 가격 낮춰 부담 최소화도
5224㎞ 건설·관리 경험 바탕
해외 누적수주 1조 달성 목표
김천=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우리나라 도로가 변화의 물결을 맞고 있다. 1970년 7월 7일 ‘고속국도 1호’인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된 뒤 우리나라 고속도로 역사도 50년을 넘었다. 지난해 2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포천∼화도∼조안 구간 개통으로 역사적인 ‘고속도로 5000㎞ 시대’가 개막되면서 우리나라 고속도로망은 미국 고속도로망보다 더 촘촘한, 세계적 수준의 교통망으로 성장했다. 한국 고속도로가 짓기만 하는 건설연대(建設年代)를 넘어서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새로운 고속도로 건설 외에 기존 고속도로를 인공지능(AI)·드론 등 4차 산업혁명 신(新)기술을 활용해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동장군이 위세를 떨치던 지난 1월 21일 한국도로공사 본사가 있는 경북 김천시에서 만난 함진규(66)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도로의 기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라면서 “앞으로 이용객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업무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 사장은 오는 14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취임 2년이 지났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도로도 변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도로공사의 제1 임무는 이용객의 안전 확보라고 생각한다. 도로공사가 최우선 과제로 안전을 선정하고 노력한 결과, 2012년만 해도 343명에 달했던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023년(151명)과 지난해(159명)에는 150명대로 감소했다.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감소는 일 평균 교통량이 2012년 365만7000대에서 2024년 512만1000대로 급증하고, 고속도로 총 길이(관리연장)가 급격하게 늘어난 상황에서 달성한 것이라서 더욱 뜻깊다. 올해는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5위 달성’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맞춤형 노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특별히 중점을 둘 사업은.
“올해는 K-MaaS(한국형 통합모빌리티·Mobility as a Service), 복합환승센터, 스마트 물류, 지하고속도로, 해외 사업 등을 5대 중점 사업으로 선정했다. 자율 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상용화에 대비한 첨단 인프라 구축을 통해 미래 건설 산업의 틀(패러다임)도 진일보시킬 예정이다. 또 국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도로공사가 중소기업의 우수 신기술·제품을 인증하고 연구·개발(R&D) 및 판로를 지원하는 ‘도공기술마켓’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청렴한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공사는 지난해부터 내부통제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부정부패를 해소하고 조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신규 개통예정 노선은.
“지난해에는 총 5개 구간 129㎞의 고속도로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특히 지난해 개통한 세종포천선 안성∼구리 구간 중 남안성 분기점에서 용인 분기점까지 31.1㎞는 우리나라 최초로 제한속도 시속 120㎞를 도입했다. 올해도 하반기에 새만금∼전주 고속도로와 포항∼영덕 고속도로 개통이 예정돼 있다. 새만금∼전주 고속도로는 서해안선, 호남선, 순천∼완주선 등 호남 지역 고속도로와 연계돼 지역 간 이동성을 높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영덕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동해안을 잇는 남북축이 형성돼 낙후됐던 동해안권의 교통망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평소에 고속도로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는데.
“그동안 교통 안전을 목표로 확충과 서비스 고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해왔다. 고속도로 안전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졸음쉼터’는 2011년 처음으로 도입된 뒤 연평균 졸음운전 사망자 수를 48% 이상 감소시켰다. 또 전국 59개 휴게소에 샤워와 수면 등이 가능한 화물차 라운지를 설치했다. 현재 전국 고속도로의 졸음쉼터는 249개에 달한다. 사고 등으로 정차된 차량을 인근 안전지대에 무료로 견인해 주는 ‘긴급견인 서비스’와 운전자의 자발적 휴식을 유도해 휴식 시간에 따라 경품을 지급하는 ‘(졸음)땡(휴식)큐 포인트 제도’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에 2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해서 하반기에는 2차 사고를 줄이기 위한 맞춤형 대책을 추진해 사망자 수를 52% 감소시켰다. 보험사와 연계해 사고 차량 운전자에게 연락하는 ‘긴급대피 알림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자동차 제조사와 협업해 교통사고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커넥티드 카 사고 정보 연계 시스템’도 개발했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비트밖스(비상등 켜고, 트렁크 열고, 밖으로 대피, 스마트폰 신고) 캠페인’도 반응이 좋다.”
―최근 해외 사업이 활발한데.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총 길이는 현재 5224㎞고, 미국의 51개 주에 깔린 고속도로의 총 길이는 약 7만7000㎞다. 미국의 국토 면적이 대략 우리나라의 100배쯤 되니까 단순하게 계산하면 우리나라에 고속도로가 깔린 만큼 촘촘하게 미국에서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고속도로 총 길이가 50만㎞가 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것보다는 훨씬 적다. 물론 여러 변수를 고려할 필요가 있지만, 고속도로 총 길이와 국토 면적만 놓고 단순 비교하면 그런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내 도로 건설 물량이 과거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도로공사도 이젠 해외 사업에 나설 시기가 된 것이다. 현재 도로공사는 국내에서 5000㎞에 달하는 도로를 건설하고 관리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튀르키예, 카자흐스탄 등 많은 국가에서 대규모 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지관리 기술에 대한 해외 수요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엔지니어링 수주 사업을 넘어 운영유지관리(O&M)와 해외투자사업분야(PPP)를 개척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인 지난해 수주한 튀르키예의 나카스-바삭세히르 도로 투자 사업은 총 사업비가 약 2조1000억 원으로 도로공사가 참여한 해외투자사업 중 역대 최대 수준이며, 지분 투자뿐만 아니라 건설 이후 15.5년 동안 운영유지관리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순환도로와 방글라데시의 파드마대교 및 N8 고속도로 운영유지관리를 맡고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해외 누적 수주액이 2019년만 해도 935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5410억 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1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와 드론 등 신기술을 적용한 고속도로 디지털화에 관심이 많은데.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건설·유지관리·교통·영업 등 고속도로의 건설과 유지를 위한 모든 단계에 4차 산업혁명 기술 접목을 통한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도로공사는 스마트 건설기술 국가 R&D 사업의 총괄 기관을 맡아 노동집약적인 건설 현장을 스마트화된 첨단 현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대산∼당진고속도로 현장에서 건설정보모델링(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조립시공(OSC·Off Site Construction), 장비 자동화(MG/MC·Machine Guidance/Control) 및 드론 등 스마트 건설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교통관리 분야에서는 AI를 활용해 겨울철에 도로 살얼음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구간을 모니터링(점검)해 자동으로 염수액을 예비 살포하고 있다. 영업관리 분야에서는 ‘AI 적재 불량 적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화물차가 요금소에 진입할 때 촬영된 CCTV 영상을 AI가 분석해 위험한 적재불량 차량을 자동 선별하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시설 서비스 개선에 대해서는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
“무엇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고객이 느끼는 가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알뜰간식 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해 전국 208개 휴게소에서 호두과자, 떡꼬치, 핫도그, 어묵 등 인기 간식 10종을 3500원 이하로 판매하고 있다. 또 식사류, 라면류, 생수류 등 판매량이 많은 제품군에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실속 상품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11월부터는 식음료 주요 상품 판매 가격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가격 공시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ex-OIL 도입 10주년을 맞았는데,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전국 최저가 판매로 대국민 환원액 1조 원을 달성했다. 특히 지난해 말 개통한 노선에 새로 설치한 휴게소는 기존 휴게소와 다른 특색을 갖췄다. 예컨대 안성∼구리 노선의 처인휴게소는 고속도로 본선 위 공간에 조성된 ‘본선 상공형 휴게소’로 고급 다이닝 매장을 갖춘 프리미엄 휴게소로 만들었고, 야외 공원형 포토존과 실물 모형 UAM 버티포트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갖췄다. 이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전국 160개 휴게소에 유명 맛집을 유치했고, 24시간 운영되는 첨단 ‘로봇 셰프’를 도입해 인력난을 해소하고, 서비스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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