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레이브 뉴 월드’ 개봉
팔콘서 캡틴 변신한 샘 윌슨
경쾌한 비행 액션 뽐내지만
선임 스티브 그늘 못벗어나
‘계승자 딜레마’ 호불호 갈려
해리슨 포드 헐크 열연 눈길
12일 영화 ‘캡틴 아메리카 : 브레이브 뉴 월드’가 베일을 벗었다. 샘 윌슨(앤서니 마키)이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번스)를 거들던 ‘팔콘’ 역할에서 벗어나 차세대 캡틴 아메리카로 전면에 섰다. 새 캡틴 등장, 특히 ‘흑인 캡틴’의 등극 자체가 이목을 끌면서 이날 오전 기준 예매율에서 압도적 1위(44.8%)로 개봉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34번째 내놓은 이 작품으로 침체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계승자 딜레마
우선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의 액션은 경쾌하다. 주먹을 꽂고 발차기를 찍던 초대 캡틴의 몸놀림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거대한 날개까지 무장한 샘의 움직임은 스티브에 대한 기억을 밀어낼 만하다. 마하의 속도로 비행하는 그는 착지할 때의 돌풍만으로도 적을 날려버린다. 그런 속도에, 캡틴 아메리카의 상징과도 같은 방패를 얹어 날리며 색다른 타격 궤적을 그린다. 후임 팔콘으로 임명된 호아킨 토레스(대니 라미레즈)와 쌍을 이뤄 펼치는 공중 곡예 스펙터클도 눈길을 잡는다.
다만 일단 무장을 해제하면, 샘의 주변에는 스티브의 잔상이 짙게 드리워 있다. 후광이자 그림자다. “스티브가 생각난다”며 캡틴 아메리카로서 자신에 대한 확신을 잃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인간적인 모습인 걸까. 그렇다고만 할 수는 없을 듯하다. “넌 스티브가 아니다”라며 손가락질하는 이에게 별다른 대꾸를 못하기 때문이다. 방패를 부메랑처럼 가볍게 휘두르는 캡틴과 그 부담감에 버거워하는 샘이라는 두 얼굴이 교차한다.
이 점은 스티브뿐 아니라 그간 봐 왔던 MCU의 영웅들과도 다른 면모다. 슈트를 입든 벗든, 그 인물의 성격은 유지된다는 게 MCU 영웅들의 특징이었다. 스티브는 곧 캡틴 아메리카였고, 아이언맨도 곧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였다. 복장이나 상황이 달라진다고 해서 성격이 변하지는 않았다. 반면 슈트와 가면이 없는 샘은 딜레마를 벗어나지 못한다. 무장 상태에서는 ‘공격=방어’라는 듯이 날아다니는 것과 선명히 대조된다. 이 ‘계승자 딜레마’의 상황이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올바름?
흑인 캡틴의 캐스팅은 의도가 뚜렷해 보인다. “너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우린 할 수 있어’ 캠페인이 연상되는 대사. 캡틴으로서 자기 확신이 흔들리던 샘은 이 말을 듣고 밝은 얼굴을 되찾는다.
흑인 캐스팅은 개봉 전부터 작품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요소이자 논란거리였다. 영화 제작진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 논쟁을 구태여 피하려 하지 않았다. 앤서니 마키도 “캡틴은 많은 것을 상징하지만, 미국이 그중 하나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가 비판에 부딪혔다. 단지 하나의 국가뿐만 아니라 인종과 국경까지 넘어선 보편적 가치를 담고 싶다는 취지였는데 미국 내에서 반발이 심해지자 “저는 자랑스러운 미국인”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영화에서 새 캡틴이 첫 전투에서 구출해낸 인질들이 멕시코계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일성이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 장벽을 올리고 불법 이민자를 내쫓는 것이었다.
베테랑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붉은 헐크’(새디우스 로스)도 볼거리. 새디우스는 샘에게 ‘어벤져스’ 재건을 제안하는 미국 대통령으로 등장한다. 이를 받아든 샘이 관련 음모에 휩쓸리면서 겪는 일이 영화의 큰 줄거리다. 붉은 헐크가 예고편에서 백악관을 때려 부수는 장면이 트럼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며 소위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영화를 끝까지 보면 새디우스를 트럼프 대통령에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 최강’의 권력을 가진 헐크에 미리 겁먹은 이들은 괜한 걱정을 했다는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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