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o - 주링허우 세대 내수경제 이끄는 구매력

중국의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 출생자) 세대가 기성세대를 압도하는 강한 구매력을 보이면서 자국 내수경제를 이끌고 있다. 엄격한 산아제한 정책으로 대부분 외동인 주링허우는 개성과 주관이 뚜렷하고, 자신을 위해 망설임 없이 투자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높아진 중국 국가 위상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토종 브랜드를 구매하자는 ‘궈차오(國潮·애국주의 소비)’도 이끌면서, 세계 2대 소비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자국 기업을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루던 1990년대에 태어나 현재 20·30대가 된 주링허우는 약 1억75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를 차지한다. 주링허우는 중국 전체 소비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 소비 인구로 부상한 상태다. 모바일 쇼핑·서비스업·도시 소비와 함께 중국 소비 시장의 4대 동력으로 꼽힌다. 지난 중국 춘제(春節·음력설, 1월 28일∼2월 4일) 연휴 동안 중국인 전 연령대 관광 소비액 가운데, 주링허우는 31.5%나 차지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2030년까지 중국 소비 증가액 중 주링허우에 의한 증가액이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링허우는 중국 인터넷 사용자 중 30%가량을 차지하면서 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더욱 거침없는 소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 알리바바의 연례 쇼핑 축제인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에 참여한 소비자 중 46%가 주링허우였다. 특히 주링허우는 2020년 이후 미·중 갈등 격화로 퍼져나간 궈차오를 주도하면서, 토종 브랜드의 약진을 이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7년 전만 해도 중국 소비시장은 외국 브랜드가 장악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글로벌 업체들을 앞질렀다. 전자기기는 화웨이가 애플을, 자동차에선 비야디(BYD)가 테슬라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서는 최근 몇 년간 국가주의가 부상하고 있으며 그 결과 신장(新疆) 강제노동 주장을 둘러싸고 해외 브랜드에 대한 보이콧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제성장 둔화에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주링허우의 소비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국 청년 실업률은 지난 2023년 6월 사상 최고인 21.3%까지 치솟은 바 있다. 낮은 급여에 따른 소비력 저하도 우려되고 있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주링허우 가운데 월 소득 1만 위안(약 198만 원)을 넘는 이는 20%에 불과하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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