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 서울지역본부 보호 대상 아동 자립역량강화 사업에 참여한 아이들이 지난해 6월 ‘당일 대중교통 여행’ 프로젝트를 위해 한복을 입고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초록우산 서울지역본부 보호 대상 아동 자립역량강화 사업에 참여한 아이들이 지난해 6월 ‘당일 대중교통 여행’ 프로젝트를 위해 한복을 입고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초록우산 ‘내가 디자인한 마이 라이프 맵’

2022년부터 3년간 교육 사업
기존의 주입식 자립교육 아닌
진정한 의미의 홀로서기 교육

지도원에 ADHD·우울증 코칭
아동의 선택권·개별성 존중해
사회관계 회복 등 변화 이끌어


청각 장애아동 보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 A에게 가장 두려운 일은 ‘은행에 혼자 가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낯선 용어를 사용하는 은행업무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데다, 소통마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A는 이제 은행에 혼자 갈 뿐 아니라 영화관에서 영화도 본다. 스스로 빨래도 한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대신, 자기 주도적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시작한 것이다.

A의 이 같은 변화는 초록우산 서울지역본부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진행한 보호 대상 아동 자립역량강화사업 ‘내가 디자인한 마이 라이프 맵(My Life Map)’ 덕분이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디자인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이 사업은 기존 주입식 자립교육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홀로서기가 가능하다는 문제의식 아래 시작됐다. 특히 아동 양육 시설에 입소하는 아이들의 특성이 다양해졌다는 점이 주요하게 고려됐다. 보건복지부의 2024 아동생활시설 특수 욕구 아동 보호현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 욕구 아동 중 41.9%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경계선 지능, 지적장애 아동이다. 보다 개별 눈높이에 맞는 자립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이지만 단체생활이라는 한계상 일괄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교육이 끝나고 나면 다 잊어버린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에 초록우산은 아동이 단순히 자립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아닌, ‘자기 주도성’이라는 심리적 자본을 강화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아동의 욕구를 충실히 반영한 ‘체험형 자립교육’이다. 아동들이 직접 계획을 짜 여행을 다녀오게 하기도 하고, 실제 자립생활과 유사한 환경에서 생활하게 하는 등이 그 예다. 초록우산은 이들을 실질적으로 양육하는 생활지도원과 프로그램 담당자를 위한 코칭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생활지도원은 보호 아동들의 실질적 양육자로서 아동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하지만 3교대 근무 환경 때문에 일관된 양육 태도를 보이지 못했는데, 전문적 교육으로 이를 개선코자 한 것이다. 초록우산은 또 양육자들에게 ADHD, 우울, 문제행동 아동들에 대한 구체적인 특성을 교육하는 한편, 이들이 양육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종사자 힐링 프로그램도 병행했다.

초록우산 자립역량강화 프로그램 중 ‘요리쿡! 조리쿡!’에 참여한 아이들이 지난해 4월 계란 요리를 배우는 모습.  초록우산 제공
초록우산 자립역량강화 프로그램 중 ‘요리쿡! 조리쿡!’에 참여한 아이들이 지난해 4월 계란 요리를 배우는 모습. 초록우산 제공


그 결과 양적·질적으로 참여자들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류상희 초록우산 서울지역본부 복지사업팀장이 주저자로 아동복지전문연구지 동광에 게재한 ‘시설 보호 아동 자기 주도성 강화 자립프로그램의 효과성: 내가 디자인하는 마이 라이프 맵 3개년 사업’에 따르면 코칭을 통해 역량이 강화된 생활지도원은 아동들에게 통제된 양육방식이 아닌 선택권과 개별성을 존중해 역할·기회를 주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아동들은 이를 통해 작은 성공 경험이 늘어났고, 자립프로그램에서 배운 대로 생활지도원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주거나 원만해진 교우관계를 바탕으로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는 등 역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환경 역시 바뀌었다. 이전에는 생활지도원들이 서로 다르게 아동을 양육했다면, 이제는 프로그램을 통해 양육 상황을 공유하고 양육 태도를 일치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또 ADHD, 학대 피해 아동 등 다양한 이유로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심리적 지지를 줘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도록 했다. 소통 방식도 지시적 방식에서 청유형 및 개방형 질문, 적극적 경청 등 아동의 의사를 묻는 소통방식으로 변화됐다. 류 팀장은 “아동 자립을 위해 ‘교육’을 통한 공부가 아닌, 일상을 통한 습관, 삶의 태도를 만들어주는 심리적 자본에 초점을 맞춰 자립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한다”며 “양육자에게는 전문적인 양육 코칭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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