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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저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삶에 특별히 무슨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 SNS 계정을 보면서 남들처럼 화려하게 살지 못하는 제 인생이 불쌍해 보이기도 합니다. 코인이나 주식으로 큰돈을 벌어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는 누군가의 소식을 들으면 제가 혼자 바보같이 사는 게 아닌가 하고 불안할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과 괜히 비교하며 살아가는 것이 정상인가요?

A : 타인을 이상화하고 나를 평가절하하면 두 번 상처받게 돼

▶▶ 솔루션


우리가 불안할 때 남들과 비교하는 것은 사실 타인에 대한 이상화입니다. 집값, 가상화폐와 주식 등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지인의 지인이 이번에 주식, 코인으로 갑자기 부자가 됐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 우리는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과연 내가 잘살고 있는지, 혹시나 세상에 뒤처져 혼자 남겨지거나 도태돼버리는 것은 아닌지 말이죠.

한때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란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죠. 포모, 잊어짐, 혹은 남겨짐에 대한 두려움. 모두가 나와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갈 때 나 혼자 기존의 어리석은 삶의 방식을 고수하다가 혼자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말이죠. 남들이 ‘벼락부자’가 될 때 혼자 지금 자리에 머물러 행여나 ‘벼락거지’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심리를 말합니다. 집단생활을 하는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우리는 흔히 “남들과의 격차 때문에 불안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일 때가 많습니다. 불안하기 때문에 남들과 비교하는 것이죠. 불안은 뇌가 싫어하는 감정입니다. 그래서 우리 뇌는 불안을 이해하고 통제하기 위해 타인 삶을 과장되게 바라보거나 자신을 과소평가하게 합니다. 가능한 한 빨리 ‘이해할 수 없는 불안’을 ‘이해 가능한 불안’으로 만들기 위해 때로는 편견·오류들까지 동원해서 공백을 메워버립니다.

남들이 1년에 한 번 가는 휴가철의 화려한 모습을 내 지루한 일상과 비교하며 ‘나는 왜 이렇게 재미없는 일상만 반복할까’라고 한탄합니다. 주식으로 일시적인 큰 이득을 얻었다 하더라도 그 이득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건만, 일생에 한 번 겪게 되는 큰 행운을 남들은 일상처럼 겪는 것처럼 착각하고 힘이 빠지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뇌가 벌이는 이 현상은 ‘비교’에서 ‘이상화와 평가절하’로 변질돼 버립니다. 불안의 원인을 빨리 파악하고 싶어하는 뇌가 저지르는 인지 오류죠. 이렇게 비교는 점점 더 단편적이게 되고 불안은 더욱 커집니다.

우리는 불안하고 불행해질 때마다 타인 삶을 이상화하고 내 삶을 평가절하해 그 불행을 곱씹으려는 습관이 있죠. 하지만 이러한 이상화와 평가절하는 넘어진 우리 등을 누군가가 밟고 넘어가는 것처럼 우리를 두 번 힘들고 슬프게 만듭니다. 그러니 그러잖아도 만만치 않았던 하루, 상상 속 남들과 비교하며 두 번 상처받을 필요 없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진실이라기보단 단지 뇌가 스스로 불안과 불행을 설명하는 섣부른 오류일지도 모르니까요. 사연자에게 이렇게 만만찮고 공짜가 없는 세상이 남들에게만 관대할 리는 없으니까요.

권순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정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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