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잔 콩쿠르’우승 박윤재
한국 무용수론 18년만에
“발레는 저를 가장 많이 괴롭히는 것이지만, 저에게 가장 큰 행복을 줘요.”
한국 남자 무용수 최초로, 로잔 발레 콩쿠르(the Prix de Lausanne·프리 드 로잔)에서 1위에 올라 무용 역사를 새로 쓴 16세 발레리노 박윤재(사진).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예고에서 만난 그는 교복 차림이었지만, 발레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는 여느 10대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박윤재는 “발레와 오히려 거리를 두려 한다. 그래야 질리지 않고 발레를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세계 5대 콩쿠르 중 한 곳에서 우승한 이후의 벅찬 감격도 차분히 가라앉힌 목소리였다. 로잔 콩쿠르에서 한국인 무용수의 우승은 2007년 발레리나 박세은 이후 18년 만의 일이다.
박윤재는 “제 무대에 오르기 전, 뒤편에서 앞 순번 무용수를 보면서 울컥했다”며 콩쿠르 현장을 돌이켰다. 그는 평소 무대 공연 혹은 이후에 ‘벅찬 감정’을 느낀 적은 더러 있었지만, 무대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박윤재는 “(로잔 우승은) 사실 지금도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엄청 큰 경험이 됐다는 것만큼은 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유럽에서 춤을 추면서, 자유롭게 세계 여러 곳을 다니고 싶다”며 꿈을 슬쩍 내비치기도 했다.
오랜만에 등교한 박윤재는 교실보다 발레 연습실을 먼저 들렀다. 먼저 연습실에 와 있던 발레과 친구들 13명은 연신 환호성을 지르고 “축하한다”며 친구를 끌어안았다. 어떤 자세를 취하면 보다 더 멋진 인터뷰 사진을 남길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도 했다. 곁에서 이를 지켜본 발레과 이민정 교사는 “서로를 마음 깊이 이해하고 있어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다”며 “이 모습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다.
박윤재에게 발레는 마음으로 추는 춤이었다. 그는 “발레는 참 친해지기 어려운데, 저 자신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본 단점을 끊임없이 고쳐야 한다”고 했다. “감정과 이성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덧붙인 말에서 단단히 성숙한 내면이 엿보였다. 박윤재는 “침착하게 내 모습을 무대에서 보여주자면 이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래도 무용에 있어서 객석에 전달하는 감정이 너무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사소한 것들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직접 부딪혀 경험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었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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