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도 25%의 관세를 3월 12일부터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지난 10일 서명함으로써 적극적인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해졌다. 철강 완제품에까지도 추가 관세가 부과되게 됨으로써 현재 연간 263만t의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은 큰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미국의 25% 추가 관세 부과는 자국의 철강 산업을 보호하려는 조치다. 그러나 이러한 관세는 단기적으로 미국의 철강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와 다른 부분에 비용을 부과해 전반적인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 한국산 철강 가격이 오를 것이다. 관세로 인해 미국산 철강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져 미국산 철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철강 회사의 이익이 증가해 고용이 늘고 근로자의 임금이 오르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다른 기업들이 쇠퇴하고 고용이 감소한다. 한국이 미국에 철강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달러가 적어져 미국 제품의 수입량이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수출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수입이 줄고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는 다른 많은 미국 기업의 생산과 고용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해 소비자의 후생을 감소시키고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사실 이것이 트럼프 관세정책의 취약점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미국과의 협상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리가 피해야 할 점은, 미국이 관세를 올린다고 해서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를 올리는 것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관세 인상에 맞서 각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무역전쟁은 모두가 못 사는 길로 가는 것이다. 미국이 관세를 올리며 보호무역을 하더라도 우리는 자유무역을 하는 게 나은 선택이다.

무역은 국가 간의 물품 교환이며, 각국이 상대적으로 더 싸게 생산할 수 있는 물품을 서로 교환함으로써 양국 모두 이익을 얻는 경제적 활동이다. 만약 우리가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그 제품의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이 원래보다 비싼 가격에 구매해야 하므로 우리 소비자에게 손해다. 물론 보복 조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보복함으로써 미국이 관세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을 때이다. 미국 시장이 회복되면 일시적으로 일부 상품을 비싸게 구매하는 불편을 보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복 관세나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우리는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군대를 국경에 파견해 트럼프 관세를 연기시켰고,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캐나다 국경 통과를 강화하고, 마약 문제 담당 ‘펜타닐 차르’를 임명해 관세 유예를 얻어 냈다. 우리 정부도 이 같은 협상 지렛대를 찾아야 한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 조선업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이 조선업을 지렛대 삼아 인상 관세 부과 이전에 유예를 얻어 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방안을 찾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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