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전승훈기자
그래픽 = 전승훈기자


■ Global Focus
드론 등 ‘가성비’ 무기체계 발전… 전투기 무용론 확산

전투기 구매·유지비 천문학적
저가에 효율 높은 드론 등 부상
강대국 ‘제공권 장악’ 의미 퇴색

우크라 드론이 러 전투기 파괴
美방산기업들 드론·AI 내세워
머스크 “전투기 만들면 멍청이”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 등 강대국은 제공권을 장악하기 위해 유인 전투기 개발과 운용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유인 전투기 운용을 통한 제공권 장악 전략에 금이 가고 있다. 방공 체계 발전과 소형 무인기(드론) 상용화 등으로 인해 유인 전투기를 통한 제공권 장악 및 활용이 한층 어려워진 것이다. 특히 전투기 구매·유지와 조종사 양성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반면, 방공망과 드론은 저가에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어 제공권 장악이 어려운 국가들의 ‘가성비’ 대체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미국도 F-35 등 전통적인 유인 전투기 대신 드론,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주장이 힘을 받을지 주목된다.

◇강대국이 자랑하던 ‘제공권’, 가성비 좋은 대처법 등장에 의미 퇴색 = 12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은 미국, 영국 등 서방이 자랑해오던 압도적 공군력의 이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냉전 종료와 함께 구(舊)소련이라는 경쟁 세력이 사라지며 미국 등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의 공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나, 최근 들어 중국 등을 필두로 한 일부 국가들이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의 방공망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앨빈 미 공군참모총장은 과거에 비해 촘촘해진 방공망 때문에 “더 이상 미 공군이 제공권을 수일, 수주간 완전 장악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F-35, B-2 스피릿 등 최첨단 전투기 및 폭격기와 숙련도 높은 조종사를 보유한 미국이 중국의 지대공 공격을 피해가며 일시적으로 생긴 빈틈을 노릴 수는 있으나, 완전한 제공권 장악 대신 ‘기회의 창’을 노려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 전투기가 이륙하기도 전에 대규모 드론 공격에 제압당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실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보다 뛰어난 공군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는 드론으로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에 배치돼 있는 전투기를 파괴하는 전술을 사용해 러시아의 제공권 장악을 막았다. 이란도 지난 10월 이스라엘 공군 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해 활주로와 격납고 등 전투기 이륙에 필수적인 시설들을 파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의 태평양 전력이 이륙 전 전투기를 노리는 전략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을 견제하고 대만, 한국 등을 보호하기 위해 태평양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미국의 전투기들이 주둔한 기지가 오키나와, 괌 등 소수의 작은 섬에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비용 들어가는 전투기와 조종사, 현상유지도 버거워 = 미국은 치솟는 전투기 구매 및 유지 비용에도 진땀을 빼고 있다. 항공전문매체 에어로타임(Aerotime) 등에 따르면 미군의 5세대 주력 스텔스 전투기 중 하나인 F-35의 경우 F-35A(공군용), F-35B(해병대용), F-35C(해군용)의 평균 대당 판매가가 2024년 기준 1억7700만 달러(약 257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판매하지 않는 또다른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의 대당 가격 역시 3억5000만 달러로 추정됐다. 전투기 유지·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다. F-22 랩터의 비행시간당 유지비용은 8만5000달러를 상회하며, F-35의 비행시간당 유지비용도 4만2000달러에 달한다. 또 이러한 최첨단 전투기를 조종할 수 있는 조종사를 키워내는 데도 최소 5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가 사용되는 등 무시할 수 없는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이에 미 공군 전투기 수는 냉전 종료 직후 4321대에서 2023년 기준 약 1400대로 줄었고, 유럽에서는 최근 최소 180시간 정도를 필요로 하는 연간 조종사 비행 훈련시간을 80시간대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드론 등의 대체품은 성능이나 활용도에 비해 낮은 가격, 즉 ‘가성비’를 자랑한다. 러시아와 예멘 후티 반군이 각각 우크라이나와 홍해에서 사용하는 이란제 드론 샤헤드-136의 대당 가격은 약 2만 달러에 불과하다. F-35 1대를 구매하는 비용으로 샤헤드-136을 약 8850대 살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이 약 10년 전 개발해 현재까지 사용하는 무인기 이룽(翼龍) 가격 역시 비슷한 외관의 미국 무인기 MQ-9리퍼 가격의 30분의 1에 불과한 100만 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군 역시 유·무인 복합 작전의 발전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며 전투기와 함께 운용되는 값싼 드론인 ‘협동전투기(CCA)’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투기 시대 끝났다”는 머스크 주장, 힘 받나 = 이 같은 상황 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머스크 CEO가 ‘전투기 무용론’에 불을 지피고 나섰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인 지난해 11월 X에 “F-35는 비싸고 복잡하며 모든 것을 조금씩 할 수 있지만 어느 것도 뛰어나게 잘하지 못하는 기체”라며 “F-35 같은 유인 전투기를 만드는 멍청이들이 아직도 있다”고 밝혔다. 전투기가 아닌 드론이 현대 공중전의 주인공으로 떠오를 것이란 예측이다. 이에 실제 드론, AI 등 첨단 기술을 내세운 미국 방위산업 스타트업 간의 공격적인 합종연횡이 이뤄지며 이들의 주가 역시 치솟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방산 기술기업으로 부상한 안두릴은 2023년 미 공군에 800만 달러 규모의 정찰용 소형 드론 ‘고스트’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4월에는 미 공군 6세대 전투기 중 무인 시제기를 개발할 업체로 선정됐다. 또 안두릴은 팔란티어 등 다른 IT 기반 방산업체들과 공동으로 방산 계약을 맺는다는 목표로 컨소시엄 구성을 협의 중이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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