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남자의 클래식 - 타르티니 ‘악마의 트릴’

꿈속에서 악마가 연주했던 음악
온몸을 휘감는 전율과 함께 깨
오선지에 옮겨 적은 운명의 곡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로 탄생


네 개의 현을 가진 바이올린은 고작 60㎝ 길이의 작은 악기이지만 특별하고 신비로운 악기임이 분명하다. 저음역부터 고음역까지 네 옥타브 이상을 아우르는 폭넓은 음역대는 우아한 음색과 함께 다양한 사운드를 자아내고 비브라토, 피치카토, 하모닉스 등의 연주기법들은 그 어떤 악기보다 섬세하고도 풍부한 표현력으로 다양한 감정을 분출한다. 바이올린은 그만큼 익히기 어려운 악기일 뿐만 아니라 바이올린 곡 중엔 결코 쉽게 연주할 수 없는 난곡도 상당히 많다. 그 중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이 곡을 완성했다”라고 전해지는 곡이 있으니 바로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타르티니가 작곡한 흔히 ‘악마의 트릴’이라 불리는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다.

주세페 타르티니(1692∼1770)는 1692년 이탈리아 피라노(Pirano, 지금은 슬로베니아의 영토)에서 태어났다. 17세가 되던 1709년 그는 피렌체 귀족 출신인 아버지의 권유로 법학도를 꿈꾸며 파도바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법률보단 오히려 펜싱과 음악에 치우치기 시작했고 특히 바이올린에 열중하게 된다.

1713년의 어느 날, 온종일 바이올린 연습으로 고단한 하루를 보내던 타르티니는 잠이 들고 이내 깊은 꿈에 빠져들게 된다.

“어떤 것이든 원하는 소원을 들어줄 테니 자네의 영혼을 나에게 맡기겠는가?” 타르티니의 꿈속에 불현듯 악마가 나타나 마치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의 계약처럼 달콤한 제안을 걸어온 것이었다. 이제 갓 스무 살의 타르티니는 주저하지 않고 이에 동의한다. 그러곤 자신의 바이올린을 악마에게 건네주며 “어떠한 대가를 치러도 좋으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연주를 한 곡 해주십시오”라고 간청한다. 악마는 곧장 타르티니의 바이올린을 집어 들어 활을 켜기 시작했고 타르티니는 그 아름다운 선율과 신기에 가까운 테크닉에 황홀경을 느끼며 온몸을 휘감는 전율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꿈속에서 깨어난 타르티니는 놓칠세라 악마가 연주했던 황홀한 선율들을 빠른 속도로 오선지에 옮겨 적기 시작했다. 그러나 꿈속에서의 선율들은 마치 연기처럼 빠르게 사라져 갔고 타르티니는 극히 일부의 선율들만 옮겨 적을 수 있었다. 이렇게 탄생하게 된 작품이 바로 타르티니의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인 것이다.

이 신묘한 내용의 에피소드는 프랑스의 천문학자인 제롬 랄랑드에게 전해져 프랑스 곳곳의 살롱들에 퍼지게 되었고 1771년엔 영국의 찰스 버니가 ‘프랑스와 이탈리아 음악의 현황’이란 책에 실어 소개하기도 하였다.

이 작품의 원제인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보다 흔히 ‘악마의 트릴’이란 부제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타르티니의 꿈속에서 악마가 연주했던 곡에 신기에 가까운 ‘트릴(trill)’이라는 연주기법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트릴이란 음악용어는 일종의 꾸밈음으로 어떤 음과 바로 위의 음을 빠르게 연속적으로 반복하는 연주 주법으로 대략 1초에 10번 이상 빠르게 속주하는 주법을 말한다. 타르티니는 이 작품의 마지막 악장에 등장하는 트릴을 작품 전체를 통해 가장 인상적인 부분으로 여겼고 그로 인해 직접 ‘악마의 트릴’이란 부제를 붙인 것이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타르티니,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 ‘악마의 트릴’

타르티니의 대표작으로 19세기 말 비르투오소 바이올리니스트인 요하임의 연주로 널리 알려졌으며 오늘날까지도 자주 연주되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주요 레퍼토리이다. 작품은 총 3악장으로 애수를 띤 느린 1악장과 빠른 템포의 2악장, ‘악마의 트릴’로 유명한 3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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