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합니다 - 고희(古稀)를 맞은 아내 정옥순
고맙소!
거울 앞에서 당신을 그려 보지만 어디서부터 그려야 할지 몰라서 꾹꾹 눌러쓴 연필자국을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그리고 있다 보면 아침을 맞이합니다. 정영실 아버지와 안금조 어머니, 큰딸 옥순. 경북 울진군 후포 바다에 출렁이는 파도가 흰 거품을 토해내며 모래성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잊을 수 없는 고향의 추억입니다.
당신이 올해 고희(古稀)를 맞았습니다. 하늘나라에서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께서 함께 기쁨을 나누실 것입니다. 당신의 동생들(후포의 두화, 필순과 서울의 복순, 정례, 일화) 가족도 모두 축하하고 있습니다.
처음 당신을 만났던 기억이 오늘따라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아른거립니다. 눈에 콩깍지가 씌었던지 내 마음을 감싸 안아준 여인. 영원히 지지 않는 사랑 꽃으로 70년을 꽃피웠습니다. 영호와 슬기, 지호 엄마로, 이준이 할머니로, 전 씨 집안 둘째 며느리와 아내로, 간호사로 한평생 따뜻한 마음으로 가정과 사회를 보듬어주며 살아갑니다.
30대 중반 노총각을 구해준 고마운 당신. 연을 맺은 40년 전,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찾았던 후포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툇마루에서 장인과 장모님에게 “손에 물 묻히지 않게 하겠다”라고 했던 약속을 오늘도 기억합니다.
목마른 사슴처럼 시냇물을 찾던 내 영혼이 두툼한 안경 너머로 웃을 때 주름살이 더 크게 보이는 당신에게 진 인생의 빚. 부부 행복은 물질이 아니라 고운 말과 행동인 것을 알게 해준 당신에게 늘 고맙습니다.
사람들은 내게 복 받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당신이 간호부장, 병원간호사회 증경회장, 안산대학 전임강사로 정년을 훌쩍 넘기고도 현직에 있다는 것에 모두가 놀라워합니다. 그만큼 사회로부터 성실함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에 우리 가족은 존경과 미안함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아들 영호가 슬기와 결혼해 얻은 손자 이준이가 초등학교에 갑니다. 손자가 학교에 가는 걸 보며, 아들 영호가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신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이준이가 1등이 아니라 2등이 되었으면 한다. 1등은 불안하지만 2등은 1등을 바라볼 수 있기에 희망이 있거든.”
해외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지혜로운 아들 지호에겐 이런 당부를 합니다. “네가 엄마 아빠를 챙겨주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여자 친구와 가정을 이뤘으면 한다. 엄마가 칠십이란다.”
두 아들과 슬기, 그리고 이준이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하는 것에 늘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하늘나라에 계신 아내 부모님과 나의 부모님께 “사랑합니다!” 말 못 하고 떠나보낸 후회가 세월이 흘렀어도 가슴에 한으로 서려 있어 큰소리로 외쳐봅니다. 들리시나요?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 가족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주는 당신이 길섶에 피어 있는 꽃처럼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행복을 빌면서 그동안 고생했다는 말을 전합니다. 사랑합니다.
전원균(전 대한적십자사 동우회장)
‘그립습니다 · 사랑합니다 · 자랑합니다 · 고맙습니다 · 미안합니다’ 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 카카오톡 : 채팅창에서 ‘돋보기’ 클릭 후 ‘문화일보’를 검색. 이후 ‘채팅하기’를 눌러 사연 전송
△ QR코드 : 라이프면 QR코드를 찍으면 문화일보 카카오톡 창으로 자동 연결
△ 전화 : 02-3701-5261
▨ 사연 채택 시 사은품 드립니다.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정의 사은품(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드립니다.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