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논설위원

안전사고를 줄인다며 사후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가 없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진다. 2022년 1월 도입돼 시행 3년을 넘겼지만, 건설 현장 등의 재해·사고를 줄이는 효과가 전혀 없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20위 건설사 공사 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35명으로 전년(28명)보다 25% 증가했다. 첫해인 2022년(33명)보다 많다. 사망자와 부상자를 합쳐 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868명으로, 2022년(1666명)보다 늘었다. 제조업, 운수·창고·통신업 등 다른 산업 역시 사망자가 첫해보다 더 늘어나는 추세다. 사전 예방이 아니라 사후 처벌을 강화해 사고를 줄인다는 법의 취지가 원천적으로 잘못임을 보여준다.

반면, 기업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진다. 산업 현장에서 사망 등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으로 무겁게 처벌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영세기업 피해와 부담이 막심하다. 이 법 시행 3년간 유죄를 선고받은 29건 중 약 90%(26건)는 중소기업이었다. 적용 대상이 50인 미만 영세기업까지 확대되면서 폐해가 더 심각하다. 그러지 않아도 회사 대표가 1인 다역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 소요되는 예산은 고사하고, 안전 전문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라는 것은 감당이 안 되는 탓이다. 그런데도 지난해부터는 공사비 50억 원 미만 소규모 공사장까지 포함됐다. 이들 기업의 77%가 “법 준수를 마치지 못했다”고 하소연한다. 대기업의 대비도 사고 예방보다 대표이사의 형사 처벌을 피하는 쪽으로 더 집중되는 실정이다.

중대재해법은 3년 만에 반(反)기업·반민생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시행 전부터 우려했던 대로다. 무용론이 확산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사후 처벌이 아니라, 사전 예방을 강화해야 재해·사고를 줄일 수 있다. 적어도 원청 업체·하청 업체 간 안전 관리 의무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 이 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실용주의를 강조하지만, 벌써 우클릭 진위가 논란이다. CEO 범죄자를 양산할 뜻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이 법을 폐기하고 예방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수정·대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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