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바랐던 이재명 대표 짬짜미 의심도 부른 계엄 선포 李 재판은 지연 尹 심판은 과속
더 근본 문제는 국민의 뜻 왜곡 과거 발언 쉽게 바꾸는 지도자 새로운 정치 시스템 고민할 때
비상계엄이 선포됐다가 곧바로 해제된 지 두 달이 흘렀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이미 유죄 선고를 받았고, 그대로 형이 확정되면 선거에 출마조차 하지 못하게 될 운명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진작부터 조기 대선을 끌어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탄핵 사유가 너무 하찮았기에 불가능한 일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이던 차이다. 그런 상황에 갑자기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다.
만약 지난해 12월 3일의 우리나라 상황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처해서 병력을 동원하여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때’에 해당했다고 할 수 없다면, 계엄 선포는 헌법에 위배되는 조치다. 그날 그 소식을 접했을 때 바로 머리에 떠오른 것은 ‘제정신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결국 이 대표가 꿈에도 그리던 조기 대선이 이뤄질 빌미를 제공했으니, 혹시 둘이 짜고 하는 일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대통령에 당선돼야 한다는 각오를 매일 새롭게 하는 듯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재판은 한없이 늘어지고, 탄핵심판은 초스피드로 진행돼야 한다. 선거법 재판과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대략 그렇게 가는 것 같기도 하다.
혹시 이 대표에 대한 확정 판결 전에 조기 대선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국민이 그를 선택하지 않으면 헛수고가 될 뿐이다. 이 대표는 본래 친중·종북·반미·반일 행보를 걷던 사람이다. 오죽하면 민주당 측이 윤 대통령 탄핵 사유로 ‘북한과 중국·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외교정책을 고집하여 동북아에서 고립을 자초’한 점을 들었을까. 과거 이 대표는 ‘일본은 적성(敵性)국가, 군사 대국화할 경우 한반도가 첫 공격 대상’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본의 국방력 강화가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하는 등 친미·친일로 돌아서는 듯한 모양새다.
이 대표는 스스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면서, 자신의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여기는 투였다.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라면 무슨 말인들 못 하겠느냐는 취지로 들린다. 모두가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지만, 엄밀하게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민주주의란 국민의 의사에 따라 국가 정책이 결정되고 집행되는 정치체제다. 그런데 국민이 너무 많아 일일이 의견을 수렴할 수가 없어서 대표를 뽑아 그들이 의사결정을 하도록 위임한다는 게 대의민주제의 핵심이다.
이 정치체제 속에서 정당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자신들이 집권하면 펼칠 정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를 통해 국민의 의사가 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 그저 몇 가지 정책 대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선택형 민주주의) 마음에 드는 정책도 정당도 없으면 뽑아 봐야 원하는 정책은 반영될 길이 묘연하다.
더 문제는, 정치인이 제시했던 정책을 당선된 뒤에 시행하지 않더라도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선거가 있을 때까지만 국민에게 잘 보이면 된다. 선출된 자가 국민의 뜻을 왜곡할 경우 해당 정치인을 소환하는 것과 같은 제도는 국회가 절대로 만들지 않는다. 생각나는 대로 말을 뒤집는 이 대표를 보면 선거가 끝날 때까지 자신이 했던 말에 절대 구애될 사람이 아닐 듯하다. 이제 우리는 어느 당을 찍어도 결과는 참담하리라는 사실에 직면해 있다.
대의민주제는 정치인들이 국민이 아닌 공천권을 거머쥔 사람에게 충성을 다하도록 만드는 제도다. 이제 이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때가 됐다. 국민의 수가 너무 많아서 의견 수렴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이미 기술적으로 틀린 말이다.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인공지능(검색형 AI)을 활용해서 인구 규모와 관계없이 수시로 의견을 수렴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대의민주제를 시행해야 할 근본적인 이유는 이렇게 사라졌다. 하지만 이 제도 속에서 권력에 심취한 정치인들이 제도를 바꿀 리가 없다면 국민이 묘안을 짜내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민족의 국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