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윤석열·이재명 정치의 동반 청산’이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마저 두둔하고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호도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예정된 비극으로 끌고 가는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나라가 둘로 쫙 갈라졌다. 탄핵이 인용돼도 걱정이고 기각돼도 걱정”이라며 “증오와 편 가르기만 난무해 이를 통합할 새 시대정신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순항하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졸도’하게 해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12·3 비상계엄 사태의 치명적 병인(病因)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비극적 결말을 자초할 수 있다. 비유컨대, 윤석열 정부가 천 길 낭떠러지 위 민주당이 가드레일을 제거한 좁은 길에서 ‘민주주의’라는 차를 난폭하게 운전하다 하마터면 순항하던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비명횡사할 뻔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극단적 분열과 갈등, 민생 파탄을 초래한 윤·이 정치의 동반 청산과 ‘통합 리더십’을 새 시대정신으로 소환하는 이유다. 하버드대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는 민주주의 교과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여야 정치인들이 민주주의 수호에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는, 성문화되지 않은 두 가지 규범인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포기할 경우 민주주의 붕괴의 비극적 종말을 경고했다. ‘상호 관용’은 상대 정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고, 다른 의견도 인정하는 정치인들의 집단의지다. ‘제도적 자제’는 제도적 권리 행사 때 법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입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자세다.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연성(軟性) 가드레일’인 관용과 절제의 규범을 무시한 용산 대통령과 여의도 대통령 모두 민주적 리더십의 한계를 노출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때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고 했는데, 국회를 척결의 대상, 반국가 집단, 범죄자 집단의 소굴로 인식, 상대 정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을 촉발한 명태균 씨 관련 폭로가 이어지고, 민주당이 대통령실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한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며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시점에 군을 동원한 극단적 선택을 결행했다. 민주당은 윤 정부 출범 후 2년 7개월 동안 헌정 사상 처음으로 수사 주체인 검사 탄핵을 포함해 29번의 탄핵소추안을 남발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민주당과 야권은 선제적으로 탄핵을 주장하면서 계엄 선포 전까지 무려 178회에 걸쳐 퇴진과 탄핵을 요구했다”며 “문명국가에서, 현대사에서 볼 수 없는 줄탄핵을 한 것은 대단히 악의적이며, 대화·타협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이 정권을 파괴시키는 게 목표임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토로했다. 일극화된 이재명의 민주당은 내란을 막아 민주주의를 구한 민주주의 수호자처럼 행세하지만, ‘보복성 탄핵’ ‘이재명 방탄용’ 비판에 개의치 않고 탄핵·특검을 정치적 무기로 한 의회 독재 형태의 국정 운영으로 입법부 본연의 ‘감시견’을 넘어 ‘투견’이 돼버렸다. 더 이상의 비민주적 리더십은 민주주의 붕괴로 국가 파탄을 초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