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첫 쟁점은 분명하다. ‘이재명이냐, 아니냐’다. “박스권 지지율”이라지만, 그는 야권은 물론 전체 대선 주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1위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 ‘사이다’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강력한 복지정책과 행정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경기지사 때는 기본소득과 지역화폐의 진보적 정책을 추진하며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했다.

이 대표는 변신 중이다. 기존 ‘기본사회’ 구상의 기본소득과 같은 분배 중심 정책을 뒤로하고 ‘경제 회복과 성장’을 강조한다. ‘5년 내 3% 경제 성장’이 목표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는 이 대표의 상징이다. 이념과 진영을 넘어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한 민간 주도 경제와 첨단 산업 육성 그리고 규제 완화 등을 말한다.

이 대표 변신의 핵심은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이다. 먹사니즘이 국민의 기본적인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이라면, 잘사니즘은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을 지향한다. 전자가 생존과 분배라면 후자는 성장과 통합, 대타협이 핵심이다.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가 출발점이다. ‘탈진영과 탈이념의 실용주의 이재명’은 보수적 어젠다로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 금융투자소득세 유예가 대표적으로 중도층 공략이라는 대선 전략의 정치적 필요를 반영한다.

문제는 이 대표의 말이 상충된다는 점이다. 그는 “생산성 향상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주 4일 근무제를 제안했다. 동시에 반도체특별법의 쟁점인 주 52시간제 예외 인정에 대해 “장시간 노동과 노동 착취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라고 했다. 주 52시간제 예외에 긍정적이더니, 노동계와 당내 반발로 이틀 만에 “반도체 산업 육성에 ‘주 52시간 예외’가 꼭 필요하냐”고 말을 바꿨다.

결국 ‘총노동시간을 늘리지 않고, 연봉 1억5000만 원 이상 고액 연봉자가 동의하는 경우 연장·심야·주말 수당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는 조건이 추가된다. 반도체특별법과 함께 추진되던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법, 해상 풍력 특별법 등 ‘에너지 3법’ 처리도 주 52시간 논란으로 인해 별 진전이 없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국가 경쟁력과 미래 먹거리의 성장을 위한 실용을 말하면서 친노동 반기업 정책과 입법을 계속한다. 전 국민 25만 원 지원과 남아도는 쌀 매입법, 노조 편향적인 ‘노란 봉투법’과 중대재해법 등이다.

그의 변신은 전략적 유연성이다. 정치적 상황과 필요에 따라 정책 방향은 물론 메시지를 조정하는 것이다. 추진력과 대중 소통이라는 그의 정치적 강점의 표현이기도 하다. 변신의 대가는 분명하다. “기회주의적 말 바꾸기” “말과 행동이 다르다” “카멜레온식 변신술이자 조변석개”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단순한 우클릭과 기계적 중도 확장은 오답”이라거나 “민주당다운 길을 가야 한다”는 당내 비판도 마찬가지다.

관건은 그의 믿음과 진정성이다. “상황에 따라서 이렇게 생각이 쉽게 변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면 위험하다”는 걱정은 위협적이다.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시대를 잘못 읽고 있다”는 철학의 부재라면 치명적이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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