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세계를 놀라게 하는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초미 관심사는 트럼프가 언제 북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재개하느냐이다.
트럼프가 “나와 김정은은 절친. 그는 나의 귀환을 반길 것”이라며 북한을 ‘핵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르자, 트럼프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게 아닌가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우선, 핵국이라는 표현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인정한 ‘핵보유국’(nuclear weapon state)과는 다르다. NPT 체제가 계속되는 한 공인된 핵보유국은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 외에는 있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가 그런 표현을 했다고 해서 북한 비핵화를 포기한 건 아니란 게,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확인됐다.
미일 정상은 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해결의 필요성을 표명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천명했다. 두 정상은 종래의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보다 더 구체적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양국의 공동 목표로 설정했다. 그리고 공동성명에서는 동맹국이 지향해야 할 모든 국방 분야 협력을 꼼꼼하게 다 열거했다. 따라서 우리는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재개에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고, 어떻게 준비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먼저, 트럼프-김정은 회담 재개에는 장애물이 많다. 트럼프는 1기 때 북한 비핵화에 실패한 나머지 새로운 어젠다와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 김정은은 싱가포르 회담에서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은 특대사변”을 연출했다고 주장했으나, 하노이 회담에서 굴욕적인 패배를 맛보곤 다시는 트럼프와 대좌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동안 트럼프-김정은 서신 교환이 27회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가 먼저 손을 내밀면 김정은이 화답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미북 정상회담을 결심하기 전에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다. 한미 정상이 만나서 ‘북한이 2019∼2025년 중 미사일을 200여 회 실험했고, 핵무기는 100여 개로 늘렸다’는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북핵 위협을 공동 평가해야 한다. 전술핵무기와 투발 수단을 고도화하고 수차례 전술핵 사용 훈련을 했으며, 북한이 갖춘 재래식·핵 통합 전쟁 수행 태세에 대해 한미 양국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한국의 방위비 분담액 몇 배 증액을 요구한다면 주면 된다. 그 대신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 확장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고 한미 간 나토 식의 핵공유와 핵기획을 하며, 미국의 365일 24시간 첨단 정찰위성을 한국과 연동해서 사용하는 방안 등을 반대급부로 요구해 관철하면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값싼 전기 공급을 위한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우리는 이를 활용해 한미 공동 농축우라늄 공장 건설 및 한국의 평화적 농축과 재처리 능력 확보,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협력, 원자력 수출시장 공동 개척 등에 나섬으로써 한미 원자력동맹을 견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