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직무정지를 겨냥한 무분별 탄핵소추에 대한 문제점은 그런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마다 제기됐다. 헌법재판소가 신속한 심리와 각하로 탄핵제도의 악용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그런데 정작 헌재는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헌재는 12일 열린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심판 첫 변론을 3시간 만에 마무리하고 변론 절차를 종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지난해 12월 5일 국회에서 가결한 이후 69일 만이다.

3시간 변론이면 끝날 사건을 두 달 넘게 뭉갠 것은, 결과적으로 직무정지만을 노린 탄핵소추를 도와준 것과 다름없다. 윤 정부 들어 민주당은 정부 주요 인사 29명에 대한 마구잡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13명의 탄핵소추를 강행했다.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고 명백한 ‘직무상의 헌법·법률 위배’라는 요건에 미달하는 정략적·감정적, 심지어 사법 리스크 방탄용 탄핵소추라는 지적이 쏟아졌음에도 헌재 심리는 부지하세월이었다. 취임 이틀 만에 탄핵소추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기각돼 직무복귀 때까지 5개월이 걸렸고, 이정섭·안동완 검사는 헌재법이 규정한 180일 한도를 넘겨 각각 270일, 252일이나 걸렸다. 기각될 게 뻔한 사건은 질질 끌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리는 서두르는 것은 야당 편들기와 무분별 탄핵 조장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다. 헌재 사무를 총괄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하는 문형배 소장 대행의 정치적 편향 논란도 더 커진다.

이러니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한 헌재를 보며’라는 이영림 춘천지검장의 검찰 내부망 글이 공감을 얻는다. 일제 법원이 안중근 의사에게 1시간30분의 최후진술 기회를 줬는데, 3분 발언 기회를 달라고 한 윤 대통령 요구는 묵살됐다는 취지다. 사실관계를 그대로 대입하긴 어렵지만, 최근 헌재가 이상한 행태를 많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헌재가 탄핵 대상이라는 말이 나돌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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