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 재개관
구석기실~고구려실 대규모 개편
고분벽화 130점 실물·영상 전시
연천 출토 ‘비늘갑옷’도 첫 공개
시대순 배치했던 기존과 다르게
선사 - 고대 영역으로 동선 설계
방문객 관심사에 맞춰 관람가능
“지금의 흔적이 인류의 역사가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대규모 개편을 마친 새로운 모습의 선사고대관을 재개관하며 이렇게 소개했다. 이번 개편은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와 발해에 이르는 상설 전시관 중 선사고대관과 구석기실∼고구려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자연에 적응하며 인류를 인류답게 만들어온 역사를 고도화된 기술의 영상, 그래픽으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관람객들의 관심이 큰 고구려실을 기존 면적보다 약 1.7배 확장했다.
한반도 고대사에서 고구려가 가지는 위상이 너무나도 거대하기에 지금까지의 고구려실 전시 규모와 내용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개편을 통해 2배쯤 커진 공간에는 고구려의 방대한 역사의 흐름을 따라 더 많은 유물이 전시된다. 고구려가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활발한 정복 전쟁에 나서며 북방을 호령하던 5세기 전후의 모습은 상설전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천 무등리 보루 찰갑(비늘갑옷)’은 그 첫 증거다. 임진강, 한탄강 유역에 있던 고구려 방어유적에서 출토된 철로 만들어진 무기다. 군대의 생활유적도 함께 전시돼 생동감을 더한다.
12개 무덤과 130여 점의 무덤 벽화 모사도도 실물과 영상을 통해 입체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고구려 무덤 벽화는 고대 4국(고구려·백제·신라·가야) 중 고구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문화 유적이다. 막강한 군사 국가였던 만큼 지도자의 사후에도 걸맞은 예우를 갖췄던 것이다. 현재까지 백제와 신라의 무덤 벽화가 각 2기, 가야의 벽화는 단 1기가 발견됐으며 그려진 시기도 6세기로 한정돼 있음을 고려하면, 3세기 중엽부터 7세기 중엽까지 107기가 발견된 고구려 무덤 벽화는 무척 특별하다. 고구려인들의 생활 모습부터 종교, 사상까지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모사도 특화 전시 공간에는 그동안 널리 알려진 사신도 대신 강서대묘의 벽화 5점이 전시된다. 또한 천장에 그려진 그림도 살펴볼 수 있다. 실물을 감상한 뒤에는 곧바로 이어지는 영상을 통해 강서대묘를 비롯해 무덤 2기의 벽화 모사도를 잘 살펴볼 수 있다.
지난해 1월 처음 선보인 광개토대왕릉비 탁본의 상설전시를 위한 공간도 새롭게 꾸려졌다. 박물관은 6m 34㎝에 이르는 광개토대왕릉비의 거대한 규모를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전시관의 층고를 더욱 높였다. 시원하게 트인 공간에서 만나는 네 면의 온전한 광개토대왕릉비는 무한히 전진했던 고구려의 기개와 용맹을 상징한다.
박물관 내 한정된 공간에서 고구려관에 더 많은 공간을 할애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효율적인 동선 설계와 유물의 배치에 있었다. 기존에는 선사고대관에 입장하면 시대순으로 정해진 전시 동선을 강제로 따라야 했다. 그러나 개편된 전시실은 도입부 대형 벽면을 기준으로 우측에는 선사 영역(구석기·신석기·청동기)으로, 좌측에는 고대 영역(고조선·부여·삼한·고구려)으로 직행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관람객이 자신의 관심사 혹은 전시 관람 경험에 따라 선택해 진입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를 고민하는 동안 중앙 대형 벽면에는 지구 46억 년의 역사와 인류의 역사를 조망하는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구석기·신석기·청동기실에선 유물은 물론 박물관이 새롭게 제작한 재현 영상이 빛을 발한다. 시기별 석기와 청동기를 제작하는 영상, 신석기 움집의 3차원 재현 연출 영상, 반구대 암각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신석기인들의 고래 사냥 등은 전시품만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고대인들의 생활을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공사를 위해 약 7개월간 닫혀 있던 선사고대관은 14일부터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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