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0년 공직 끝낸뒤 목회 활동하는 박양우 전 문체부장관
“공직땐 선발 아닌 구원투수
위기 생기면 해결하는 역할
신망 못받는 한국교회 현실
나같은 목사들이 성찰 필요”
“왜 ‘떠돌이 설교자’를 자처하나요?” 박양우 목사에게 최근 이렇게 물었을 때, 그는 허허, 웃은 뒤 한 번 헛기침을 하고 답했다. “기성 교회 담임 목사는 저 아니라도 다른 분들이 맡아줄 것입니다. 그러니 저는 지금처럼 협력 목사를 하면서 전임 목회자가 없는 군인교회나 시골교회 그리고 작은 교회들이 부르면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기꺼이 달려가고자 합니다.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떠돌면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소명일 테니까요.”
그는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초보 목사’이다. 올해 66세인 그는 지난 2023년 4월 안수를 받고 서울 마포 더처치교회 협력 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알려진 것처럼 그는 지난 40여 년 동안 공직과 학교, 예술현장에서 헌신했다. 1979년 대학 3학년 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군대를 거쳐서 1986년부터 문화공보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문화관광부 차관으로 퇴임한 후 2008년부터 중앙대 예술경영 전공 교수로 후학을 가르쳤다. 이때 광주비엔날레 대표를 맡아 국제 예술 행사를 이끌었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임명돼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담당 분야의 활성화를 꾀했다. 장관서 물러난 후 중앙대 교수직으로 복귀했다가 다시 광주비엔날레 대표직을 맡았다. 내홍으로 어지러운 조직을 재정비해 비엔날레 30주년 전시 등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작년 12월 말 퇴임했다.
“제 족적을 돌아보면, 언제나 구원 투수였습니다. 조직에서 무슨 문제가 나면 그걸 해결하는 역할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과장, 국장, 차관, 비엔날레 대표, 장관 때 모두 그랬습니다. 선발 투수가 될 만큼 인정받은 게 아니고, 구원투수로 어려움이 있는 곳에 불려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목사로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어요. 담임 목사를 하거나 교회 개척을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곳에 가서 돕는 ….”
그는 대학 3학년 때 교내 기독교 모임에 나간 것을 계기로 신앙인이 됐다. 같은 해에 행시에 합격했는데, 공직자와 목회자의 길을 두고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당시 다니던 교회의 담임 목사가 “공직에서 사명을 다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일 것”이라고 조언해 줘서 그 뜻을 따랐다. 그러나 오랜 세월 신학에의 열망이 식지 않았고, 2018년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신학 공부를 결심하며 술을 끊었다. 한때 폭탄주 30~40잔을 마시는 것으로 유명했던 그였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했던 그가 고독한 사색과 깊은 성찰의 시간을 더 중시하게 됐다.
“보시다시피 우리 주변에 수많은 교회가 있습니다. 설교와 교육 프로그램도 넘쳐납니다. 그런데 왜 기독교는 사회 구성원들의 신망을 받지 못할까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감히 외람되게 말하자면, 정말로 예수를 닮은 신자가 많아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목회자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저 같은 목사들이 과연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그런 고민을 해야 합니다.”
그는 요즘 안식월을 보내고 있다. 20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하루도 쉼 없이 일을 했던 자신에게 쉬는 시간을 주고 싶어서다.
“교회에 요청해서 1, 2월을 쉬기로 했어요.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지요. 읽고 싶었던 책을 읽거나, 만화방서 만화 보며 라면을 먹고(웃음), 자동차 스팀 세차도 해보고요.”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쉬면서 내공을 쌓는 시간이다. 곧 백팩을 메고 순례하거나 기도원에 들어갈 예정이다. 성경 읽기는 필수이다.
“세상이 얼마나 시끄럽습니까. 설교 말씀도 유튜브에 넘실거리는 시대입니다. 교회와 교인들이 너무 말이 많습니다. 지금 제게는 설교하는 것보다 남의 말을 들으며 스스로를 비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는 자신의 말을 세상에 쏟아내는 것을 피하고 싶다고 했다. 각종 언론매체에서 요청하는 인터뷰를 삼가는 까닭이다. 문화일보 인터뷰도 사양했으나, 다음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하자 겨우 묵인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혼란상은 안타깝고 화도 납니다. 정치의 잘못으로 경제 사정, 국제 관계가 어려워졌으니까요. 그러나 하나님이 이 나라를 사랑하시니 대한민국의 앞날에 희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낙관을 잃지 않고 각자 영역에서 헌신, 몰입하면 해결하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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