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순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오는 24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전쟁이 만 3년을 맞는다. 쓰라린 전쟁의 경험과 상처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리나라와 우크라이나는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1950년대의 한국과 2020년대의 우크라이나는 3년여간의 전쟁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경험한 6·25전쟁과 러-우 전쟁 간의 유사점과 교훈을 찾아보자.

첫째,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이 확인되자 즉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됐다. 안보리는 찬성 9에 소련의 불참과 유고의 기권으로 결의문 제82호(적대행위의 즉각 중지와 북한군의 38선 이북으로 철수)를 채택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2월 27일 유엔 안보리는 찬성 11에 러시아의 반대와 중국 등 3개국의 기권으로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 제2623호를 의결했다. 3월 2일의 유엔총회 긴급특별회의에는 찬성 141, 반대 5, 기권 35로 ‘결의안 ES-11/1’(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이 채택됐다. 표결에 반대한 나라는 침략국인 러시아와 북한 등이었고, 중국과 인도 등은 기권함으로써 국제질서가 다변화하고 있다.

둘째, 핵무기 사용과 확전의 위협이다. 6·25전쟁에서 미국은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선이 고착되자 핵무기 사용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그러나 소련의 개입과 제3차 대전으로의 확전을 고려해 포기했다. 러-우 전쟁에서 세계 제1의 핵보유국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수시로 서방 국가를 대상으로 핵 사용 위협과 유럽으로의 확전을 협박함으로써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군 파병을 막았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핵 인질이 된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핵 자강력의 구비 등을 전향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셋째, 전쟁 기간과 피해는 재앙적 수준이다. 전쟁을 겪는 국민의 고통과 피해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6·25전쟁은 3년1개월2일 동안 계속됐고, 러-우 전쟁 역시 오는 24일로 3년을 맞는다. 6·25전쟁에선 국군과 유엔군 80여만 명의 인명 피해와 37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난 1월 말 기준 우크라이나군 피해는 97만여 명이며, 러시아군 피해는 82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양측 모두 하루 평균 1200여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인구의 7분의 1인 645만여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한다면 수도권 인구 밀집과 무기 발달로 인해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넷째, 북한의 파병이 가져오게 될 우려이다. 이번 전쟁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가치와 규범에 따라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했다. 반면에 북한은 러시아의 침략을 정당화했고, 무기와 탄약, 심지어 병력까지 파견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밀착했고, 향후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러시아는 자동 개입하게 될 것이다. 6·25전쟁 당시 우리는 북한과 중국군을 대상으로만 싸웠지만, 향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러시아군이 추가된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

우리는 과거 전쟁도 경험했고, 현재 진행 중인 전쟁도 지켜보고 있다. 전쟁을 경험하고도 교훈을 잊어버리면 어리석다. 그리고 남의 전쟁에서 ‘반면교사’로 배우는 것은 현명하다. 20세기 초에 소련 정치국원을 지낸 레온 트로츠키는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박동순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박동순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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